지난 5월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한 아이엠뱅크(iM뱅크, 옛 대구은행)가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 지휘하에 ‘전국구 단위 은행’으로 변모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체질 전환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실적과 주가 모두 바닥을 기고 있다. ‘밸류업’ 수혜주로 금융주가 꼽히는 상황에서 주가는 나홀로 빠지고 있고, 2분기 전망까지 어두워 뚜렷한 묘안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그룹은 전국구 은행으로서 아이엠뱅크의 인지도와 외형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이엠뱅크는 지난 5월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바 있다.
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3월부터 지주 회장과 아이엠뱅크 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다. 황 회장은 DGB대구은행장 시절 시중은행 전환 업무를 주도한 인물이다. 회장 내정 당시 은행장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아, 회장과 행장을 함께 수행하기로 했다.
영업점 감소가 추세인 상황이지만, 아이엠뱅크는 시중은행으로서 ‘전국 단위 영업점 확대’와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명색이 시중은행인데 대구·경북 지역에 치우친 영업망을 확대하겠다는 심산에서다.
먼저 3년간 수도권과 충청, 강원 지역에 영업점 14곳을 신설할 계획이다. 3월말 기준 아이엠뱅크의 국내 영업점(출장소 포함) 수는 198개. 그중 90%(179개)가 대구·경북 지역에 있다. 나머지 9곳은 수도권에 있으며 호남·충청·강원·제주 지역에는 영업점이 아예 없다.
아이엠뱅크의 1호 거점 점포는 강원도 원주지점으로 낙점됐다.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금 시재금이 없는 ‘캐시리스(Cashless) 점포’로 운영하는 모험을 감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작 ‘디지털 경쟁력 강화’도 오리무중이다. DGB금융은 지난 5월 시중은행 전환을 발표하며 “비대면 채널(앱)을 고도화하고 외부 플랫폼과의 제휴를 확대한다”는 포부를 밝혔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은행 외형 성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아이엠뱅크의 1분기 말 기준 예대율은 100%를 돌파한 상태다. 예대율은 예금 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로 100%를 넘으면 대출 확대에 제약이 생긴다.
이에 예금과 함께 고객층의 지역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고 ‘연 20%’ 금리의 시중은행 전환 기념 적금 특판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아이엠뱅크 여·수신의 경우 대구·경북 지역 비중만 60%에 달하는 상황이다.
‘밸류업’ 또한 지지부진한 상태다. DGB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난 2월 2일 연 최고가인 9980원을 기록한 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기준 7870원으로, 전고점 대비 21%가량 하락한 상태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로 금융주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증권가는 DGB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지속 하향 조정하는 중이다.
올해 2분기 실적 전망도 먹구름이 가득하다. 전문가들은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관련 비용을 해당 분기 안에 털어낼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 PF 대손충당금 여파로, 올해 1분기 DGB금융지주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5% 감소한 1117억원을 기록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DGB금융지주는 최근 시중은행 전환과 맞물려 은행 중심의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룹이 성장에 활용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2분기 중 하이투자증권이 보유한 부동산 PF 중심으로 약 1000억~1500억원 내외의 추가 대손비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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