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품을 떠난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가 좀처럼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적정 매각가를 두고 시장의 눈높이와 현 주인이 희망하는 가격의 편차가 큰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거론된다. 양사 모두 연내 매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라 2019년 롯데손보와 롯데카드를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당시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에 매각됐으며, 롯데카드는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에 팔렸다.
사모펀드에 인수된 이후 양사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보다는 기존 수장들을 재연임하면서 경영 안정성을 택하는 모습이다. 성공적인 엑시트(투자 회수)를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각 업권에서도 공격적인 영업력을 구사하는 곳으로 꼽힌다. 여기에는 올해 재연임에 성공한 이은호 롯데손보 대표와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당장 매각이 돼도 문제없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두 수장의 노력에도 불구. 고금리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 매각가 고평가 논란 등으로 좀처럼 인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먹구름 낀 롯데손보 매각…K-ICS 비율도 ‘뚝’
롯데손보는 지난달 28일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을 통해 본입찰을 진행했다. 매각작업 본궤도에 오른 상태지만, 매력적인 인수 대상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기준 당기순이익 3024억원을 달성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하에서 핵심이익지표로 꼽히는 신계약 계약서비스마진(CSM)도 5479억원 확보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CSM은 전년 동기 대비 42.9% 성장한 2조396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기준 CSM도 전년동기 대비 44.9% 늘면서 손보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롯데손보 매각을 두고 흥행을 기대하는 시각이 대두됐다. 실제 롯데손보 예비입찰에는 블랙록·블랙스톤·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참여하며 흥행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본입찰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참여한 곳은 외국계 투자사 한두 곳에 불과했다. 특히 인수 유력후보로 거론되던 우리금융그룹이 본입찰에 불참하면서 롯데손보 연내 매각이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은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현재 거론되는 롯데손보 매각가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서다. 회사 측이 희망하는 매각가는 2조원 중반에서 3조원대다. 그러나 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인수와 유상증자에 투입한 금액을 감안하면 1조원 중반대가 적정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롯데손보 대주주 JKL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SPC) ‘빅튜라’를 통해 롯데손보 지분 77.04%를 보유하고 있다. 대주주가 롯데손보에 투입한 자금은 총 7484억이다. 2조원대에 롯데손보를 매각하게 된다면 불과 5년 만에 1조원 이상의 차익을 얻게되는 셈이다.
결국 롯데손보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없이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본입찰에 참여한 이들을 포함해 여러 인수 희망자들과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를 급하게 팔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매각 논의가 장기화할수록 JKL파트너스가 원하는 가격으로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IFRS17 불확실성으로 현재 실적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롯데손보의 경과조치 전 지급여력비율(K-ICS) 비율은 146.4%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174.8% 대비 27.6%포인트 하락했다. 기초가정위험액 시행에 따라 운영리스크가 증가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데, 자본적립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재무건전성이 나빠졌다.
기초가정위험액은 실제 보험사가 지급해야할 보험금이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당국이 마련한 자본적립 기준이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됐다.
롯데카드, 몸값 작업 총력…업황 부진은 걸림돌
롯데카드도 새 주인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롯데카드 지분 59.83%를 보유한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는 2022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매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당시 하나금융그룹이 롯데카드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매각가인 3조원이 높다고 판단해 최종 결렬됐다.
매각이 한차례 무산되자 MBK파트너스는 ‘쪼개기 매각’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4월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지분 100%를 맥쿼리자산운용에 약 4000억원에 처분했다. 로카모빌리티는 롯데카드의 교통카드 자회사다.
재무개선 작업도 한창 진행 중이다. 롯데카드는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레버리지 배율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레버리지 배율은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자본이 많을수록 레버리지 배율은 낮아진다. 금감원은 해당 배율을 8배 미만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올해 1분기 기준 롯데카드 레버리지 배율은 7.3배 수준이다.
롯데카드는 레버리지 배율을 낮추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다. 지난 3월15일과 22일 각각 1700억원, 52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사모방식으로 발행한데 이어, 5월 1780억원을 추가 공모 발행했다. 해당 증권은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아 재무건전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 8일에는 목표액(1000억원)의 3배가 넘는 354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와 발행금액을 2000억원으로 증액하기도 했다. 예정된 신종자본증권발행을 마친다면 레버리지 배율은 6배 중후반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다만 업황이 매각에 발목을 잡고 있다. 14년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이어진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시장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는 데다, 카드 이용자 연체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54.2% 줄어든 249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전체 카드사 중 최저다. 본업인 신용판매 사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추가 인수 희망자가 나타날 지는 미지수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사모펀드의 경우 단기투자 수익에 주력하다보니 재투자 기회를 위한 실탄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회비용이 생긴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며 “재투자 기회 확보, 유동성 관리를 위해 지분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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