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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의 반걸음 육아 28] 엄마가 모르는 아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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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김혜인]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 신발을 더 준비해 달라고 했다. 좀처럼 특별한 요구를 하지 않는 편인데 야외활동으로 식물에 물주기 하느라 운동화가 젖어 샌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과연 식물에 물주기를 하긴 하는 걸까. 아이에게 과연 샌들을 신길 수 있을까. 나는 이미 아주 여러 번 아이와 신발가게에 갔다가 한 번도 신발을 신겨 보지 못한 채 돌아오곤 했다.

처음엔 그저 아이에게 새로운 신발을 사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의 심한 거부 반응에 들어가지조차 못했다. 이 역시 준비가 필요한 일임을 깨달아 치밀하게 계획하고 조금씩 시도했다.

먼저 신발가게를 쳐다보고 인지하는 수준으로 시작했다. 마침 아이가 좋아하는 책 중에 <아주 멋진 신발>이라는 책이 있었다. 아기 거위가 아기 고양이를 따라 신발가게에 가서 자신에게 꼭 맞는 신발을 찾는 내용이다.

나는 아이와 신발가게를 지날 때마다 “어! 신발가게다”라고 한 뒤, 이 책을 암송했다. 그러나 아이는 매번 “이잉” 소리를 내며 고개를 휙 돌려 버렸다.

전략을 바꾸어 가며 여러 번 노력했다. 그럼에도 아이는 새 신발을 신기려고만 하면 몸을 비틀고 발을 구르며 난리를 쳤다. 하는 수 없이 아이가 이전에 신던 운동화와 같은 디자인으로 한 치수 큰 것을 사 왔다. 아이는 10개월째 같은 디자인의 신발을 신고 있다.

선생님의 요청에 다시 신발가게에 가는 일과 새로운 신발 착용을 시도했지만, 가게에 너무 피해를 주는 기분이 들어서 결국 포기했다. 아이 발 치수를 대충 고려해서 샌들을 사고 집에서 적응시켜 보기로 했다. 현관에 새 신발을 가져다 두었는데, 아이는 평소 신던 운동화 옆에 놓인 샌들을 보자 손으로 집어서 던져 버렸다.

집에서 샌들을 적응시킬 수 없겠다고 생각하며 헤아려보니, 벌써 선생님이 요청하신 지 한 달이 지나고 있었다. 아이에게 운동화를 신기고, 샌들은 따로 담아서 어린이집에 가져갔다. “아이가 신을지 모르겠어요.” 신발가게에 갔던 사연과 아이의 거부 반응을 말했다.

며칠 뒤, 선생님은 아이가 심하게 거부했지만 결국 샌들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 날은 거부 강도가 전날에 비해 줄었다고 알렸고, 3일째 되는 날 아이가 아무런 거부감 없이 샌들을 신었다고 했다.

나는 너무나 놀랍고 기뻤다. 내가 몇 달 동안 노력해도 하지 못한 일을 어린이집 선생님은 며칠 만에 성공하다니! 과연 선생님이라 다른 걸까?

그다음 날, 아이를 데리러 가자 선생님은 기쁘게 들뜬 목소리로 아이가 심지어 샌들을 스스로 신었다고 말했다. 세상에! 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아주 크게 칭찬했다.

문득 깨달았다. 아이 얼굴은 세수를 제대로 한 듯이 아주 말끔하고 앞머리가 젖어 있었다. 평소 선생님과 상의할 일이 많아서 자꾸만 잊어버렸던 세수 문제가 그제야 떠올랐다. “그런데 선생님, 아이가 세수할 때 너무 싫어하지 않나요?” 선생님은 의외의 질문을 받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끝을 의아하게 올리며 “아뇨”라고 했다. 세수하자고 하면 제일 먼저 세면대로 달려간다고. “눈 감으라고 하면 두 눈을 아주 꼭 감고 있어요.”

나는 황당하기도 하고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한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아이는 평소 내가 물에 젖은 손으로 볼을 살짝 쓸어주기만 해도 비명을 지르고 발을 동동거리며 벽에 머리를 박기 때문이었다.

아이가 감각이 너무 예민해서 그런 줄로만 여겼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타입인가? 사회성 발달 지연인 아이도 엄마 앞에서 모습과 선생님 앞에서 모습이 다를 수 있는 모양이다. 샌들을 신고 화분에 물을 주는 아이 모습을 그려 보았다.

“나도 선생님이야.” 아이에게 말했다.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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