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최근 국내 시중은행이 상반기에만 3조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털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금리로 인해 건설업 등 각종 업계에서 부실기업이 늘고 있어 은행권의 자산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상반기에만 3조2704억원 어치의 부실채권을 상·매각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 2조2232억원을 정리했던 것과 비교해 1.47배(1조472억원) 증가한 수치다.
은행 등 금융권은 통상 대출을 5단계(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분류한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이하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으로 별도로 분류해 집중 관리한다.
은행들은 고정이하여신은(NPL)을 처분하기 위해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는 상각을 단행하거나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 매각조치를 실시한다.
한편, 지난달 대규모 상·매각 조치 덕에 5대 은행의 6월 연체율은 한 달 사이 다소 하락했다. 5대 은행의 6월 말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1%로 집계돼 5월 말 0.39% 대비 0.08%포인트(p) 떨어졌다.
NPL 비율 또한 같은 기간 0.29%로 나타나 0.34%와 견줘 0.05%p 하락했다.
그러나 건설·부동산업 위주로 부실 대출이 늘고 있어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업권별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건설업과 부동산업 대출잔액은 각각 116조2000억원, 500조60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험이 불거지기 시작한 2년 전보다 각각 14.6%, 14.5% 잔액이 불어난 것이다.
부실 지표 역시 현 상황이 최악임을 나타내고 있다.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중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각 7.4%, 5.9%로 나타나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
지금처럼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시 5대 은행의 건전성 개선을 위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계 업계 중론이다. 이에 충당금 적립 등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물론 은행들은 부실채권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하고 있고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부동산과 건설 업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부실채권 매각뿐만 아니라 충당금 적립 등 다양한 조치를 위해 건전성을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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