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조원 규모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내놓고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구하기에 나섰다. 하지만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재정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들이 제대로 이행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장기적인 내수 경기 침체로 수입은 줄고, 대출 금리는 오르면서 소상공인 지불 여력에 한계가 임박했다. 상환 능력이 부족한 자영업자 취약 차주 수를 비롯해 연체율이 늘고, 소상공인 폐업률도 급증하고 있다. 노란우산공제회 폐업공제금 지급건수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올해 1~5월 대위변제한 누적 금액도 1조11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누적 금액 6621억원 대비 약 2배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3일 소상공인 50만명에 최대 20만원씩 전기료를 지원하는 등 총 25조원 규모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반기에만 긴급 민생안정자금 1조원을 투입한다. 소상공인 재기를 위한 새출발 기금 규모는 30조원에서 40조원 이상으로 늘리고, 대출 상환 연장도 14조원 규모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저신용자만 문제가 아니라 중신용자와 고신용자 모두 위기에 몰렸다”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나라 곳간은 메마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7월호’에 따르면 5월 말 누계 총수입은 258조2000억원, 누계 총지출은 310조4000억원,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52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흑자수지를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74조4000억원 적자를 보였다. 전년 대비 22조원 증가했다.
총지출에서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8년 만에 3%대로 올라섰다. 나랏빚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결산 기준 국고채 이자비용은 19조198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 총지출(610조6907억원)에서 3.1%를 차지한다. 2015년(3.0%) 이후 처음 3%대로 진입했다.
국고채 발행 잔액은 2019년 611조5000억원에서 2021년 843조7000억원, 2022년 937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998조원까지 늘었고, 올해 4월 기준 발행 잔액은 103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2년째 세수 결손이 확실 시돼 대규모 불용(집행하지 못한 예산)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재정당국 정책 방향에 세수 확충은 없고 감세 방안만 눈에 띈다는 것이다. 재정당국은 법에서 정한 원칙에 따라 공식적으로 감액추경을 할 생각이 없다. 감액추경을 실시하면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재정당국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폐지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금융소득투자세(금투세) 폐지 △국가전략기술 임시투자세액공제 일몰연장 등 법인세 완화를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실상 긴축재정을 의미하는 건전재정 틀에 갇혀서 재정을 소극적으로 운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여러 감세 정책으로 인해 재정 여건이 악화된 측면도 있는 만큼 재정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해 세수 기반을 너무 악화시키는 정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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