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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콘텐츠·플랫폼 기업들이 숏폼(짧은 영상) 드라마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한 시장 성장 가능성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를 100억 달러(약 13조 7580억 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숏폼 드라마 플랫폼 기업은 편당 수백~수천 원의 결제나 구독 상품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숏폼 드라마 시장이 이제 막 개화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성장기로 접어들 경우 시장이 수십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중국 시장만 7조 원…네이버·크래프톤(259960)도 진출 가능성=글로벌 시장에서 숏폼 드라마가 가장 성행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15일 중국 시장조사 기관 아이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373억 9000만 위안(약 7조 75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7.7% 폭증했다. 지난해 중국 영화 시장 규모인 549억 1500만 위안(약 10조 3921억 원)의 68.1% 수준까지 커졌다. 2027년에는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가 1000억 위안(약 18조 924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콜그룹의 ‘릴숏’와 뎬중테크의 ‘드라마박스’ 등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사세를 키우고 있다. 앱 시장조사 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비(非)게임 앱 중 릴숏과 드라마박스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률 상위 2위와 3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챗GPT도 제치고 최상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리디와 스푼라디오를 비롯해 네오리진의 자회사 폭스미디어 외에도 국내 플랫폼 업계를 대표하는 네이버의 참전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숏폼 서비스 ‘클립’을 운영하며 관련 콘텐츠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네이버웹툰은 웹툰의 내용을 요약한 숏폼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네이버웹툰과 스노우의 합작 콘텐츠 기업 플레이리스트는 ‘연애플레이리스트’ 등을 제작해 MZ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플레이리스트는 지난달 넷플릭스 시리즈 ‘D.P.’와 웨이브의 ‘약한 영웅’ 등을 제작한 영상 제작사 ‘쇼트케이크’를 인수하며 제작 역량을 강화했다. 숏폼 드라마 플랫폼 출시를 준비 중인 한 기업 관계자는 “이름을 알 법한 제작사·기획사 등은 모두 숏폼 드라마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며 “네이버나 카카오(035720) 같은 대기업들은 성과를 거둔 숏폼 제작사를 인수합병(M&A)하는 식으로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점쳤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웹툰은 “내부에서 숏폼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연구·제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게임을 기반으로 종합 미디어 기업을 꿈꾸는 크래프톤의 진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크래프톤은 지식재산권(IP) 익스팬션본부를 운영하며 ‘배틀그라운드’ 등 인기 게임 IP의 2차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올해 1분기 보고서를 통해 “국내외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 포맷 등을 통한 주요 IP의 전략적 확장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2020년 영상 제작사 ‘하든스퀀스’에 투자를 단행했다.
◇웹툰 등 IP 경쟁력 충분…인공지능 활용 등 통해 제작 경쟁력 확보 필요=국내 기업들이 숏폼 드라마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원천은 IP다. ‘아시아의 디즈니’를 꿈꾸는 네이버웹툰의 콘텐츠 제작자는 2400만 명, 콘텐츠는 5500만 개에 이른다. 숏폼 드라마로 제작할 수 있는 IP가 사실상 무한한 것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 ‘스위트홈’ ‘지옥’ 등은 영상 콘텐츠로도 흥행에 성공하며 원천 IP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플랫폼 운영 역량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가 선호하는 인터페이스를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용자가 원하는 작품을 적재적소에 추천할 수도 있다. 리디의 경우 국내 1위 전자책 플랫폼 리디북스와 글로벌 웹툰 구독 서비스 ‘만타’를 운영하며 성장해왔다. ‘한류 후광 효과’ 또한 기대된다. 틱톡과 브랜드 컨설팅 회사 칸타는 한류 시장이 잠재 시장 기회까지 포함해 2030년 1980억 달러(약 274조 원)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국내 기업이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등을 통해 제작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중국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는 상황에서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의 물량 공세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혜원 카카오벤처스 선임심사역은 “제작부터 유통까지 탄탄하게 수직 계열화를 하는 것이 시장 선두로 치고 나가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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