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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원의 디지털 경영] 수주대토(守株待兎)…디지털 시대의 규범 만들기

녹색경제신문 조회수  

차동원 HNIX대표 & 디지털 경영 에반젤리스트.
차동원 HNIX대표 & 디지털 경영 에반젤리스트.

《한비자(韓非子)》 〈오두편(五蠹篇)〉에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말이 나온

. 나무 그루터기를 지켜보며 토끼가 나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송(宋)나라에 한 농부가 밭을 갈고 있었는데, 토끼 한 마리가 달려가 밭 가운데 있는 그루터기에 머리를 들이받고 죽었다. 그것을 본 농부는 토끼가 또 그렇게 달려와서 죽을 줄 알고 쟁기를 버리고 그루터기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토끼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그는 사람들의 음거리가 되었다. 이는 곧 낡은 관습만을 고집하여 지키고, 새로운 시대에 순응하지 못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수주대토는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다’. ‘어리석게 요행을 바란다’는 의미로 잘 알려져 있다. 한비자가 이야기한 원래의 의미는, 요순 같은 성군을 이상으로 하는 왕도정치는 시대에 맞지 않으니, 성군을 기다리지 말고 법가의 사상에 따라 법과 제도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요약하면, 과거의 훌륭했던 제도라 해도 변화된 세상에 맞게 새로운 법과 제도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시대와 규범의 부조화

‘문화지체(Cultural Lag)’라는 개념이 있다. ‘법, 제도, 철학, 사상과 같은 비물질 문화가 의식주, 도구, 기술과 같은 물질 문화의 급속한 변동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현상’을 말한다. 문화지체 현상은 제자백가 사상가들이 쟁명(爭鳴)하던 춘추전국시대가 그랬던 것처럼 디지털 혁명 시대로 불리는 요즘과 같은 대변혁의 시대에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최근 필자는 업무 혁신의 일환으로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사규를 재정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수십 년 전 산업화 시대의 환경에 맞게 만들어진 규정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뜯어 고치는 일이다.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접속해 일하는 지식근로자가 대부분인 기업에서 물리적인 출퇴근을 강제하는 규정, 하지도 않는 부모의 환갑잔치 휴가, 가지도 않는 사촌·팔촌의 결혼식 휴가, 기대하지도 않는 30년 근속 기념품 등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복무·복지 규정이 그 일례이다. 그러나 의욕과 다르게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규정을 바꾸기 위한 규정을 바꾸는 것부터 쉽지 않다. 

시(時),공(空),지(知),경(經)을 초월한 디지털화

경영전략의 구루 피터 피스크(Peter Fisk)는 최근 저서 ≪Business Recoded≫에서 산업혁명 이후 생존과 번영을 위한 변화를 설명하면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장, 직원, 소비자 등 환경이 변한 것을 이해하고 비즈니스를 신속하게 재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먼저, 시장이 변했다. 혁신 속도는 가속화하고 제품 수명 주기는 20년 전보다 약 20배 단축되었다. 기업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새로운 전략에 대응하는 속도가 그만큼 더 빨라야 한다는 뜻이다. 

직원이 변했다. 과거와 달리 무한 교육 기회, 무한 지식 접근, 무한 도구 접근이 가능해졌다. 사람 간의 연결은 20년 전보다 약 825배 강화되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한 지식인보다는 독창성과 창의력 및 네트워킹 능력을 갖춘 협업 가능한 인재를 확보하고, 수평적 생태조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비자가 변했다. 소비자는 프로슈머화 되었고, 제품의 제조와 공급, 서비스의 제공 과정에 적극 참여하려 한다. 78% 이상의 소비자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브랜드를 선택하며, 선한 선택에 따른 파급력은 더 커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제품과 서비스가 필수가 되고, 소비자에 대한 연결성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 이상 과거 산업화 시대의 시장, 직원, 소비자가 아니다. 상품, 서비스, 서비스 제공 프로세스, 지원 체계 등 모든 전략을 디지털화 해야 한다. 기존 제품(기술 및 서비스)의 분류 기준(경계)을 뛰어 넘는 융복합 제품의 개발, 기존 시장의 경계를 뛰어 넘는 시장 접근 환경 구축, 기술 집착에서 창의성과 독창성을 추구하는 협업형 인재 추구, 수직적 위계 조직에서 수평적 생태조직으로 전략을 재구성해야 한다. 시간, 공간, 지식, 경험의 경계를 초월한 전략이 되어야 한다. 산업화 시대에 기반한 규정, 절차, 스피드로는 더 이상 기업의 생존마저 담보하기 어렵다.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규범은 사회적 책임 하에서 기업을 둘러싼 모든 구성원이 각자 최대한의 이익을 얻도록 자유와 책임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 한비자는 백성은 ‘호리지성(好利之性)’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호리지성이란 ‘이익을 좋아하는 사람의 본성’을 말한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현대인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다양한(도덕적, 사회적, 경제적 등) 선택을 하게 되는데, 모든 선택의 이면에는 자신과 공동체의 이익이 작동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새로운 규범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빼고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만큼 한없이 유연한 것이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환경의 변화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 기업이 목적에 맞게 바른 방향으로 길을 만들어 가더라도 기존 제도에서 합법과 불법, 또는 그 경계조차 없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할 수 있다. 상심, 갈등, 혼란과 환영 받지 못하는 변화도 있을 것이다. 변화는 시대적 흐름이나 막거나 회피할 일이 아니다. 그러니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규범이 필요하다. 

새로운 패러다임 만드는 리더십 요구 

코로나 이후, ‘회복력’이 기업 생존의 필수 키워드로 부상했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진보의 시대에서 회복력의 시대로, 역사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진보의 시대’의 핵심 가치가 ‘효율성’이었다면, ‘회복력의 시대’의 핵심 가치는 ‘적응성’이라는 것이 리프킨의 진단이다. 

회복력을 뜻하는 영어 ‘리질리언스(Resilience)’의 어원은 ‘다시 뛰어오른다(To jump back)’라는 의미의 라틴어 ‘리실리오(Resilio)’이다. 공학적으로는 ‘복원력’을 말하지만, 사회과학적으로는 ‘새로운 질서와 규범을 모색하는 능력’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즉, 회복력은 기존 시스템과는 다른 새로운 질서와 규범, 가치를 가진 새로운 시스템의 구축을 의미한다. 내외부의 충격 없이 호황이 계속되는 기업은 없다. 예기치 못한 충격이 발생했을 때, 뛰어난 적응성을 발휘해 가장 빨리 회복하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

새 시대에 회복력을 갖춘 새 규범을 준비하는 데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리더십이다. 지금 세계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표를 단 새로운 질서의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법과 제도는 시대정신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 경영자는 관리자에서 용기 있는 리더로 변신하여 혁신 코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과거의 정형화된 상명하복의 리더십에서 자율, 창의, 권한, 책임, 보상이 보장되는 투명하고 유연한 리더십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양한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올드팝 ‘Everything Must Change’의 가사처럼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 기술적 변화와 사회문화적 변화를 폭넓게 받아들이고, 변화의 추세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디지털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 리더의 본원적 책무임을 명심하자. 

차동원 HNIX 대표/디지털 경영 에반젤리스트 (dongwoncha@gmail.com)

 

녹색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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