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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을 멈춰 세우는 건, 쇳물을 끓이던 용광로를 차갑게 식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반도체 전문가들이 삼성전자 노조의 무기한 파업 추진에 대해 상황에 따라 천문학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TSMC·인텔 등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24시간 내내 완전히 제어된 환경에서 제작이 이뤄지는데, 공장이 중단됐다가 재개하면 자동차 등 다른 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창립 때부터 무노조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인텔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특수성과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현재 노조 없이 사업체를 꾸려가고 있다.
반도체 기업이 무노조 정책을 유지하는 건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파업으로 멈춰섰을 때 발생하는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내내 1년 365일 돌아간다. 만약 운영을 멈췄다가 재개될 경우 공정에 투입됐던 웨이퍼와 특수 약품 등은 오염 가능성으로 폐기해야 한다. 각 공정별로 온도나 습도 등을 최적화해야 하고 먼지와 세균이 완전히 차단된 청정 시설인 클린룸에서 제작이 이뤄지기 떄문에 공정을 멈췄다가 재개하기까지 자동차나 가전 공장보다도 몇 배의 시간이 더 걸린다.
반도체 전문가는 “다른 제조업 같은 경우는 제조 공정이 분절돼있기 떄문에 한 공정 멈추더라도 다른 공정에서 쉬었다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반도체는 용광로처럼, 한번 식으면 그 라인 전체를 폐기해야 하는 구조”라고 전했다. 일본 르네사스 화재때문에 공장을 멈췄을 때에는 몇조 단위의 손실도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도 “공장 사이즈에 따라 들어가는 웨이퍼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 손실을 비교하기 어렵다”면서도 “역산을 하면 수백억원어치 제품을 버려야 한다”고 전했다.
때문에 TSMC는 1987년 창립 때부터 경영 원칙 중 하나로 ‘무노조’를 꼽았고 지켜왔다. 창업자 모리스 창 TSMC 회장은 노조 설립이 임금 인상이나 근무시간 조정과 같은 노사 협의 차원을 넘어 “장기적으로 회사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주장에도 임직원들은 반발하지 않고, 자국(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사회적 책임감이 크고, 근로 여건에도 대부분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TSMC는 세계 12곳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은 8만명에 달한다. 인텔도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에 따른 노조 활동 압박을 버텨가면서까지 노조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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