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택시 월급제 전국 시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시행중인 서울 지역에서도 법인택시 월급제를 도입한 택시회사가 한 곳도 없다. 법인택시사를 비롯해 택시기사, 지자체 등도 실현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법인택시 종사자의 소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하고 최저임금을 넘는 수준에서 월급을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택시 월급제’가 포함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개정안이 다음 달 20일부터 전국에서 시행된다.
택시발전법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서울 지역에 우선 시행됐고 사업구역별 매출액 및 근로시간 변화 등을 고려해 시행령에서 시행일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법이 시행이된지 3년 6개월 여가 지났지만 서울 지역 택시회사 중 택시 월급제를 도입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서울지역에서는 택시 월급제 전 단계인 택시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 또한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법인 택시산업은 택시기사가 일정 금액을 회사에 내고 남는 수익을 가져가는 ‘사납금 제도’가 관행적으로 정착화된 구조다. 그러나 장시간 노동, 저임금 등 부작용으로 2019년 택시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폐지됐다. 전액관리제의 경우 택시기사가 운송수익 전액을 회사에 내면 노사 합의로 정한 비율에 따라 임금을 받는다.
법인택시 업계에선 세금 부담, 운송수입금 부족, 불성실 근로 운수종사자 양산, 택시회사의 과중한 원가 부담 등을 이유로 택시월급제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법인택시 월급제 도입성과 분석 및 확대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사의 소득은 사납금 폐지 전 247만9177원에서 오히려 220만4869원으로 10% 이상 감소했다.
법인택시 운수종사자수가 크게 줄어든 데다 택시 이용자 수요도 줄어 택시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택시 운수종사자는 2022년 기준 10년전보다 17.7% 감소했고 이 중 법인택시 운수종사자는 41.7% 줄었다. 택시 이용실적 역시 2022년 기준 1990년보다 수송인원이 47% 줄었고 대당 1일 수송인원은 64% 감소했다.
운송수입금이 적정 운송원가보다 적어 법인택시사들이 줄도산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택시운행정보관리시스템(TIMS)을 통한 택시 운송수입금 산정 결과에선 월평균 운송수입금은 인당 약 350만원, 대당 약 530만원으로 분석됐다. 17개 특별및 광역자치단체 택시 운송원가 보고서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월인당 운송수입금은 263만~414만원, 월인당 적정 운송원가는 381만~542만원으로 운송수입금이 적정 운송원가에 못미쳤다.
지난 9일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해 택시발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주 40시간 의무화 원칙을 유지하면서 사업장 별 노사 합의 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정할수 있도록 허용하는게 골자다.
택시월급제 시행을 위해선 적정운송원가와 최소 동일하거나 이를 상회하는 운송수입금 증대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안준영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본질적인 문제는 운송수입금의 확보”라면서 “이미 법을 시행하고 있는 서울시에서도 월급제를 제대로 시행한 곳이 없다. 기준금이 너무 높아 택시운수종사자들의 처우는 더욱 악화시킨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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