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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등에 따른 건설경기 악화로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커지면서 내홍을 껶는 도시정비사업지(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늘고 있다. 조합원 분담금 갈등이 심화할 경우 사업 중단과 입주 지연 등에 따른 추가적인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준공을 앞둔 서울 성북구 안암2구역 재개발 단지(‘해링턴플레이스 안암’ 아파트) 조합은 최근 조합원들에게 213억원의 사업비가 추가됐다고 알렸다. 원자잿값 및 인건비 상승과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사업비가 늘어나면서 비례율이 기존 82%에서 22.5%로 대폭 낮아졌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갑작스런 통보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서울시에 실태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비례율은 개발 이후 자산가치를 조합원이 보유했던 개발 전 자산가치로 나눠 계산한 추정 개발 이익률이다. 비례율이 높을 수록 조합원 분담금이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비례율이 100% 이하면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
안암2구역의 경우 조합원들에게 추가된 비용은 총 88억원으로, 이를 조합원 81명으로 나누면 단순 계산해도 1억원 이상의 추가 분담금이 나온다. 기존 집 자산가치를 감안하면 최대 4억원까지 분담금이 늘 수 있다는 게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경기 안양시 평촌 융창아파트 주변지구 재개발 사업(단지명 ‘평촌 트리지아’)도 분담금 몸살을 앓고 있다. 갈등이 격화하면서 아파트 입주 시기도 당초 8월 1일에서 같은 달 말로 미뤄졌다. 앞서 조합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후 기존 집행부 전원을 방만한 사업 운영을 이유로 해임시켰다. 비례율이 종전 152%에서 94%로 낮아지면서 가구당 1억원 안팎 수준으로 예상됐던 환급금 대신 1500만원 정도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에 반발한 것이다.
입주가 미뤄질 경우 분양 계약자 및 조합원의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한 조합원은 “입주일에 맞춰 전세를 놓기로 했는데 갑자기 입주일이 미뤄져 전세 계약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군포시 율곡주공3단지는 분담금 문제로 리모델링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조합원 평균 분담금이 평형에 따라 4억원 초반에서 4억7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는데, 이 금액이 단지 실거래가를 웃돌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59㎡형은 지난달 29일 4억2500만원(6층)에 매매 거래됐다. 이렇다 보니 일부 주민들은 인근 퇴계주공3단지와 함께 ‘산본3-1 율곡퇴계 통합재건축 준비위원회’를 설립하고 재건축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조합원들이 추가로 지불한 분담금 이상으로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지가 아니라면 분담금 증액 갈등에 따른 입주 지연 등 피해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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