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코스닥 상장 바람이 불 때 상장을 추진했지만, 특수변압기가 ‘굴뚝 산업’으로 치부돼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해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이제 좋은 평가를 받는 시기가 왔다. 37년 사업하면서 전기(電氣)인들이 이렇게 대접받는 때가 있었나 싶다”
박동석 산일전기 대표이사는 15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 특수변압기를 수출하고 있다”며 “올해 4200억원의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압기 전문기업 산일전기는 오는 29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변압기 시장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을 앞세워 9000억원의 몸값을 책정했다. 증시에 입성하면 올 들어 네 번째로 코스피에 상장하는 기업이 된다.
산일전기는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3200억원, 800억원 이상을 목표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2145억원의 매출액, 4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70%가 넘는 매출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을 핵심 고객사로 확보, 북미향 배전 변압기 물량을 잇따라 공급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산일전기는 일각에선 제기된 전기 수요 피크아웃(정점 도달)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박 대표는 “변압기 교체 주기와 더불어 인공지능(AI) 분야 발달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며 “신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미국 정권 교체로 인한 위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후 문제 때문에 시작된 신재생 에너지였지만, 태양광 발전 단가가 화력발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과거 정부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었지만 지금은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망을 정부가 다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려하면 결국 신재생 에너지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당 확대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박 대표는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려나갈 것”이라며 “새로운 회사의 주인들도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배당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소액 주주들이 손해를 볼까 가장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산일전기는 공모 자금으로 생산능력(CAPA)을 키워 수요 확대에 대응할 계획이다. 회사는 연간 5만3000대 규모 생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2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2공장은 4분기 내 부분 가동(연 1만6000대)을 시작으로 2026년 전체 가동(3만7000대)할 방침이다.
회사는 이번 상장에서 760만주를 모집한다. 이중 구주 매출은 110만주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2만4000~3만원으로 책정했다. 밴드 상단 기준 공모 금액은 2280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9134억원으로 추산된다. 상장 주관은 미래에셋증권이 맡았다. 이날까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하고, 이후 18~19일 일반 청약을 거친다.
산일전기는 지난 1987년 설립된 특수변압기 및 리액터(전류의 변화에 저항해 전류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데 사용되는 전자기기) 등 전력기기 제조 및 판매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송배전 전력망과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 및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전기차(EV) 충전소 및 데이터센터 등에 다양한 변압기를 공급한다. 올해 1분기 기준 전방시장별 매출액 비중은 송배전 전력망향 32.1%,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 및 ESS향 56.4%, EV충전소 및 데이터센터향 등 기타 11.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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