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선박용 엔진 시장 경쟁 제한 우려 판단해 시정조치
HD한국조선해양이 선박용 엔진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STX중공업을 품에 안게 됐다.
단, 양사 기업결합으로 국내 선박용 엔진 시장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는 만큼 향후 3년간 경쟁사에 대한 선박용 엔진 부품(CS)의 공급거절금지, 최소물량보장, 가격인상제한, 납기지연금지 등의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의 주식 35.0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국내 선박용 엔진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의 주식 35.05%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작년 8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선박, 선박용 엔진, 엔진용 부품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STX중공업은 선박용 엔진 제조업체다. 크랭크샤프트 제조업을 영위하는 KMCS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양사의 기업결합은 △엔진 부품(CS)과 선박용 엔진의 수직결합 △선박용 엔진의 수평결합 △선박용 엔진과 선박의 수직결합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경쟁제한 여부를 검토한 결과 엔진 부품(CS) 및 선박용 엔진 간 수직결합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합회사(HD현대중공업·STX중공업,·KMCS)가 경쟁엔진사인 한화엔진과 STX엔진에 선박용 엔진의 핵심 부품인 크랭크샤프트를 공급하지 않아 경쟁사들이 엔진을 생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화엔진의 경우 전체 크랭크샤프트의 80%를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나머지 20%는 KMCS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STX중공업이 HD현대중공업의 계열회사로 편입되고, 한화엔진의 엔진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그 수요는 100% 경쟁자인 결합회사쪽으로 전환돼 KMCS가 한화엔진에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할 유인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한화엔진이 다른 곳에서 크랭크샤프트를 조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도 고려됐다. 한화엔진의 주 공급처인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공장 가동률이 포화상태이고, 수주 증가로 크랭크샤프트 생산을 증대시킬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KMCS가 결합 후 한화엔진 등 경쟁 엔진사에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하거나 공급하더라도 불리한 가격 또는 납기로 공급하게 되면 경쟁 엔진사의 엔진생산에 차질이 발생해 결합회사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공정위는 3년 동안 경쟁 엔진사의 안정적인 크랭크샤프트 수급이 가능하도록 공급거절금지, 최소물량보장, 가격인상제한, 납기지연금지 등의 시정조치를 HD한국조선해양에 내렸다. 향후 시장상황을 고려해 필요시 해당 조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중간재 시장에서 경쟁에 미치는 영향까지 면밀히 검토해 기업결합으로 인해 경쟁이 제한될 경우 시정조치를 부과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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