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이성규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금융상품판매 관련 비용부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 등으로 자산건전성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후순위채에 이어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자본확충과 유동성 확보 등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증권업계는 경쟁 심화로 수익성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라임사태’ 등으로 인한 평판훼손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주력 사업부문인 리테일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오는 16일 2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2년물(500억원), 3년물(1500억원)으로 구성됐다. 희망금리밴드는 만기별 개별민평금리 평균에 -30~+30bp(1bp=0.01%)를 가산해 제시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발행할 계획이다.
조달된 자금은 이달과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 상환(총 3000억원)에 쓰인다. 대표 주관업무는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이 공동으로 담당한다. 단순 인수업무에는 메리츠증권과 한양증권이 참여한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5월과 6월 각각 3000억원, 16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해당 후순위채는 모두 7년 만기물이다. 후순위채는 일반 회사채 대비 금리가 높지만 자본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잔존기간이 5년 미만일 경우 매년 20%씩 자본인정 금액이 상각된다.
올해 1분기말 기준 신한투자증권의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은 160.2%다. 지난 2020년(209.0%) 대비 크게 하락했다. 지난 2018년 발행한 후순위채(2500억원)의 자본인정비율 하락 영향도 있지만 실적 부진과 순요주의이하 자산 증가 등도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대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건전성을 확충하면서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trigger)와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순요주의이하 자산 등이 증가하면서 대손충담금 확충에 대한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발 리스크 관리 강화, 업계 경쟁 심화에 따른 시장점유율 확대 제한 등이 증권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을 포함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수익성을 높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은 2020년 이후 ‘라임사태’, 독일 헤리티지 DLS 신탁상품 환매중단 등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가운데 관련 충당금 이슈가 여전히 존재한다. 평판이 훼손될 경우 주력 사업인 리테일 부문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결국 자금조달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것이 핵심이다. 신한투자증권의 유동성갭(3개월 유동성자산-3개월 유동성부채)은 지난 2022년 말 5조6451억원에서 올해 1분기말 2조9194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발부채는 2조8156억원에서 2조8533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유동성갭에 근접한 수준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만기차입구조 장기화가 필요한 셈이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신한투자증권이 차입만기를 늘려 상환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3년물(1500억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후순위채가 7년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신한투자증권은 향후 2~3년간 자본적정성 등 리스크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이 아닌 후순위채와 일반 회사채 발행은 전적으로 자본적정성과 비용통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업황이 녹록지 않아 수익성이 제한되고 있는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한투자증권은 자본확충과 차입만기 구조 완화 등을 위해 추후에도 전방위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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