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진 샘표 연구원 인터뷰
차오차이 소스 전반 개발 참여
장류 중심에서 종합식품기업 탈바꿈
집에서도 즐겁고 쉽게 요리할 수 있도록 초점
“요리에 방해가 되는 다양한 허들을 제거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충무로 샘표 사옥에서 만난 김애진 샘표 우리맛연구중심 식품개발연구실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정간편식 중에서도 중국 음식(중식) 주목했다. 중식은 외식을 할 때 손에 꼽힐 만큼 친숙한 음식인데, 배달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그는 기자를 향해 “중화 요리는 ‘오늘 점심 뭐 먹을까’ 물으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인데, 요리하기 어렵고 맛을 내기가 쉽지 않아 배달이나 외식에만 의존하던 요리라는 점에 주목해 제품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비자 페인포인트(고객이 경험하는 문제나 불편함)에 대해 연구했고 시장에 늦게 진출하는 브랜드인 만큼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했다”며 “집에서도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고 덧붙였다.
김애진 연구원은 차오차이 소스 전반(요리소스 11종, 렌지업 8종)의 연구 개발에 참여했다. 메인으로는 ▲동파육 ▲차오멘 ▲몽골리안비프 ▲고추잡채 등을 개발했다. 장류(간장·고추장·된장 등) 중심 기업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과감하게 중식으로 고개를 돌렸다.
샘표의 소스 DNA는 장독대에서 묻어 나오는 진하고 깊은 맛이다. 1946년 창립 이후 간장과 된장 등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져온 만큼 소스에도 오랜 맛 연구 노하우를 오롯이 담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 1위로 ‘간장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고민이 깊었다.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일 때마다 ‘샘표’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숨기는 마케팅 전략을 택한 배경이다. 한식(새미네부엌), 서양요리(폰타나), 아시아 음식(티아시아) 등 세계 각지의 다양한 미식 브랜드에 ‘샘표’를 내세우지 않고 성공한 사례는 또 다른 도전의 원동력이 됐다.
올해는 중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 연구원은 5년 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중화 미식 브랜드 ‘차오차이’을 선보였다.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 사랑받는 중화 요리를 집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제품으로 구현했다. ‘최상의 고품질 식재료 사용’을 원칙으로 개발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존재하는 중식당만 2만9466곳으로 한식당 다음으로 많다. 평소에도 점심이나 저녁으로 자주 선택하는 메뉴도 중화 요리”라며 “그럼에도 중식은 조리법이 어렵고 복잡한 데다, 맛 또한 내기가 어려워 집에서 요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해외여행도 많이 다니고, 일반적인 중국집이 아닌 아메리칸 차이니즈 레스토랑 등 전문 레스토랑을 통해 음식을 접해본 사람들이 많다 보니 어설프게 맛을 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떻게 하면 맛이 조화로우면서 이국적인 향미(중국 향미)를 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 소스만 부으면 ‘완성’…8분 안에 완성되는 요술 비법 담아내
‘빼어난 요리’라는 뜻의 ‘차오차이’는 뉴욕, 홍콩, 파리, 서울 등 전세계 곳곳에서 사랑받는 중화요리를 요리소스와 간편식으로 선보이는 브랜드다. 풍미 깊은 매콤함으로 유명한 중국 사천의 피센 두반장과 화자오, 마자오 등 최상급 향신료를 활용했다.
차오차이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함이다. 물을 넣어 농도를 조절하거나 추가로 간을 할 필요 없이 재료에 소스를 붓기만 하면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제품 뒷면에 레시피 영상이 담긴 QR코드가 있어 누구나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연구원은 “셰프, 요리과학자, 인문학자 등 전문가들과 함께 체계적으로 맛을 연구하는 것이 타사와의 차이점”이라며 “동파육, 고추잡채, 마라샹궈 등 집에서 만들어 먹기 어려웠던 음식을 5~8분 만에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요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웃어보였다.
이어서 그는 “제품화 하기 전에 시장 조사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셰프 강연이나 자문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고, 중국에서 연구했던 내용을 참고해 레시피를 정리했다. 이후에 맛의 방향성을 잡기 위해 전문가 패널도 운영했고, 셰프와 협업을 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제품화 하는데 어려움도 많았다. 중식은 강한 불을 활용해 요리를 한다는 점에서 가정에서 요리하기 힘들다는 허들이 높았다. 그래서 이런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먼저 소스와 제안한 조리법만 있으면 중국 음식의 특성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레시피를 변경했다.
그는 “동파육의 경우 오향의 향미가 특징인데 향이 약하면 제대로 된 맛이 나지 않고 향이 강하면 호불호가 강했다”며 “아무리 좋은 재료를 쓴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외면하는 맛이라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조율하고 제품에 반영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서 “조리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도 많이 고민했다”며 “동파육은 고기를 삶는 시간만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그러나 요리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도 하지 않기 때문에 고기를 삶지 않고 구워서도 맛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고 했다.
향후 김 연구원은 차오차이를 통해 두반장 등 여러가지 중국 소스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샘표는 이 브랜드를 앞세워 올해 300억원, 향후 1000억원까지 매출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서 ‘즐겁게 요리할 수 있도록 돕는 소스’ 개발과 ‘쉽게 먹을 수 있는 HMR’ 제품 개발을 동시에 하고 있다”며 “향후 중식화 되지 않은 여러 제품들을 한계를 두지 않고 만들어보고 싶고, 또 유럽이나 미국 등에 역수출 해보고 싶기도 하다”고 웃어보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