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으로 활동하는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2024 파리 올림픽에 나서는 후배들을 향해 “(도쿄 올림픽 이후) 3년 동안 각자 충분히 성장했음을 믿어라”고 조언했다. 경쟁력 있으니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임하라는 주문이다.
한국 탁구는 이번 대회에서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은 2012 런던 대회 남자 단체전에서 당시 현역이던 유 회장을 앞세워 은메달을 딴 이후 한 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한동안 ‘만리장성’ 중국은 물론 일본과 유럽세에도 밀려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다행히 2020 도쿄 올림픽에서의 실패 이후부터는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남자부는 에이스 장우진이 정상급 레벨로 자리매김했고 임종훈(한국거래소)이 중국도 넘볼 만큼 가파르게 성장했다.
귀화 선수 전지희(미래에셋증권)가 고군분투하던 여자부도 세계 무대 경험을 쌓은 신유빈(대한항공)의 가세로 힘이 붙었다.
유 회장은 최근 한국 탁구가 그리고 있는 상승 곡선에 주목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우리 선수들은 각자 충분히 성장했다. 올림픽 무대에서 그 사실을 스스로 믿고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한국 선수들은 최근 3년 동안 WTT(월드테이블테니스) 컨텐더 등 다양한 국제대회에 꾸준히 출전, 국제무대 경험을 쌓고 랭킹 포인트를 높였다. 임종훈-신유빈 혼합복식 조가 지난 5월 WTT 컨텐더 리우 금메달을 딴 것을 포함, 세계 정상에 오르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선수들은 국내에서 열린 부산세계탁구선수권, 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 등 많은 관중 앞에서 대회를 치르는 등 올림픽 리허설까지 제대로 했다.
유 회장은 “그동안 선수들이 국제대회 투어를 꾸준히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도쿄 대회 때와 비교하면 준비가 훨씬 잘 됐다”며 “이번 대회에서는 12년 만의 메달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많은 관중의 압도적 분위기 속 열릴 텐데, 우리 선수들은 이미 그런 (큰 대회) 분위기를 다 경험하고 체화했다. 파리에 가서 긴장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그래도 유 회장은 다른 대회보다 더 수준이 높아지는 올림픽의 특성에 대해선 경험에 기인해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땄던 유 회장은 “각자 이 무대에 서기 위해 얼마나 절박하게 준비했겠나. 그러니 올림픽에선 나뿐만 아니라 상대들도 집중력이 1.5배 더 높아진다”면서 “평소 같았으면 제대로 공격이 먹혔다 싶어도 (상대도 잘 집중하기 때문에) 공이 한 번 더 넘어온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번에 올림픽에 나서는 우리 선수들도 ‘상대 역시 절박하다’는 점을 잊지 말고, 넘겼다 싶은 공도 다시 넘어올 수 있음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이 목표로 하는 메달을 위해선 결국 중국을 넘을 수 있어야 한다. 세계 랭킹 상위권을 싹쓸이 중인 중국을 잡는 게 쉬운 미션은 아니다.
유 회장은 후배들에게 “우선 진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중국에 지는 경기를 보면, 대부분 시작도 하기 전에 ‘진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기를 펴지 못한다”면서 “상대가 더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서 부담은 늘 중국이 갖고 있다. 그러니 초반부터 자신감 있게 강한 가진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중국이 더 흔들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 5월 WTT 사우디 스매시에서 장우진이 중국 탁구의 상징적 존재인 마룽을 3-0으로 완파하는 등 조금씩 ‘만리장성’을 허물고 있다. 유 회장의 조언대로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면 기적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유 회장은 “올림픽 출전은 그것만으로도 정말 가치 있는 일이다. 멋진 무대에 서는 만큼, 그동안 스스로가 준비한 시간을 믿고 가진 것을 마음껏 발휘했으면 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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