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김다민 기자] 저축은행 업계가 고금리 기조 장기화 및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악화된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 중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낮추기 위해 펀드 참여 및 상·매각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이다. 저축은행업계 및 주요 대형사의 NPL비율과 규모 등을 바탕으로 건전성 관리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SBI저축은행이 업황 악화에 적자를 기록했지만 타사 대비 안정적인 자산건전성을 유지하며 신용등급 방어에도 성공했다.
특히 사업 포트폴리오가 개인신용대출 중심으로 구성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위험에서 비껴난 모습이다. 이에 이번 정기평가에서도 기존 기업 신용등급인 A(안정적)을 유지했다.
14일 SBI저축은행 경영공시에 따르면 당행의 올해 1분기 말 NPL비율이 전년 동기(3.78%) 대비 3.19%p 늘어난 6.97%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6월 말 기준 2.26% 수준의 NPL비율을 나타냈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하회하며 자산건전성을 양호하게 관리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연체 기간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NPL 비중을 8%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자산규모 기준 상위 10개 저축은행 중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준수하고 있는 저축은행은 5개 사로 나타났다. 당행은 그중 3번째로 낮은 NPL비율을 기록했다.
자산규모 기준 1위인 SBI저축은행은 2위인 OK저축은행과도 해당 지표 차이가 컸다. OK저축은행의 올 1분기 NPL비율은 9.48%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상회했다. 해당 저축은행은 부동산PF 익스포저가 커 관련 부실 발생의 영향으로 건전성이 악화됐다.
반면 SBI저축은행은 개인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이 저하되는 모습이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높은 금융비용 부담 및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인해 여신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개인 신용대출 및 개인사업자 담보대출의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올 1분기의 경우 연체채권 매각 지연으로 인해 자산건전성 지표가 더욱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저축은행 업권은 고금리 장기화 및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인해 NPL비율이 상승해 왔다.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며 저축은행의 주 고객층인 중·저신용자 및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이 커지며 빚을 갚을 여력이 부족해졌다. 이에 따라 개인 대출에서 연체와 부실이 발생하며 NPL비율 상승을 이끌었다.
이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당행의 여신 포트폴리오 중 개인 신용대출은 49%를, 개인사업자 담보대출은 27%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당행의 총여신 대비 부동산PF 익스포저 비중은 0.94%에 불과했다.
부동산PF는 저축은행의 쏠쏠한 수입원으로 자리 잡으며 대출 포트폴리오에서도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침체 및 공사 자재 가격 인상으로 부실 사업장이 늘어났다. 이로 인해 PF대출에서 NPL이 증가하며 건전성 저하의 주역으로 변모했다.
실제로 상위 10개 사의 총대출 대비 부동산PF 비중은 8.03%로 연체율은 12.26%에 달했다.
반면 SBI저축은행의 부동산PF 연체율은 3.16%로 연체액 또한 35억원에 그쳤다. 상위 10개 사의 평균 연체액은 498억원으로 나타났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산건전성 지표들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데에는 낮은 부동산PF 비중뿐만 아니라 심사 시스템에 대한 고도화 차이 및 지속적인 채권 매각이 기인한 것”이라며 “규모감 있게 심사팀을 꾸리는 등 심사역량을 강화하고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밝혔다.
실제로 나이스신용평가는 대규모 차주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신용평가시스템 등 개인신용대출 부문에서 타 저축은행 대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지난 5월 당행은 신용대출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PFCT)가 개발한 AI 신용리스크 관리 솔루션 ‘에어팩’을 도입한 바 있다.
최근 저축은행들은 자산건전성 저하 및 수익성 악화로 신용등급이 하락됐다. 올 상반기에만 3대 신용평가사(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을 보유한 30개 저축은행 중 16곳이 신용등급 및 전망 하향 조정을 받았다.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저축은행의 기초체력이 양호해 사업환경이 극단적으로 악화돼도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위기까지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실적저하가 크게 나타난 저축은행은 신용등급에 반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SBI저축은행은 실적 저하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이뤄진 정기평가에서 기존 신용등급인 A(안정적)을 유지했다. 당행은 올 1분기 6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전년 동기(37억원) 대비 101억원가량 순익이 하락한 것이다.
이는 업황 악화에 따라 선제적 리스크 대응을 위해 충당금을 넉넉하게 쌓은 영향이라는 게 SBI저축은행의 설명이다. 실제로 SBI저축은행의 올 1분기 대손충당금은 전년 동기(6024억원) 대비 7.49%가량 늘어난 6475억원으로 나타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중금리 개인신용대출 고객기반을 바탕으로 우수한 시장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손실흡수능력 및 기적립 대손충당금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비우호적인 사업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재무안정성 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해 등급전망을 유지했다. 이후 당행이 부실자산 확대로 수익성이 하락하거나 자산건전성 악화, 자본적정성 지표 저하 시 하향조정을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추가적인 하향조정 검토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수익성 저하의 주원인이었던 높은 조달금리가 하향 안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예리 수석연구원은 “저축은행업권의 대출자산 증가율이 둔화되며 수신경쟁이 완화돼 조달금리가 낮아지는 추세”라며 “높아진 조달비용의 대출금리 전가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며 순이자마진이 회복되고 있는 점은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김다민 한국금융신문 기자 dm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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