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연체율 최고’롯데카드, 부실 감당 역량 최하위 [MBK-로카 시너지 분석 (2) 건전성]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롯데카드가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품에 안긴지 5년이 지났다. 보통 사모펀드가 투자 후 3~5년 후 엑스트(자금 회수)를 추진함에 따라 최근 롯데카드 매각설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사모펀드 산하 롯데카드는 지난 5년간 성공적으로 기업가치를 키웠을지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롯데카드가 자산건전성 악화로 고심하고 있다. 수익성 높은 대출성 카드상품으로 순익을 성장시켰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상환능력이 저하되자 연체율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건전성 악화로 대손충당금이 증가하며 순익 하락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은 더욱 문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롯데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전년 동기(1.6%) 보다 0.3%p 늘어난 1.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업평 평균(1.8%)보다 0.1%p 높은 수준이다.
롯데카드의 연체율은 ▲2016년 1.6% ▲2017년 1.5% ▲2018년 1.4%로 1% 중반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2019년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연체율이 하락했다. 2019년 1.7%에 달했던 연체율은 ▲2020년 1.2% ▲2021년 1.0% ▲2022년 1.1%로 대주주 변경 전 대비 최대 0.7%p 떨어졌다.
2020년부터 팬데믹에 대응해 ▲잠재부실회원 카드론 신청 제외 ▲대출한도 조정 중단 등 리스크관리 정책을 수립한 결과였다. 추심팀 보강을 통해 채권관리 및 회수 역량 강화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러나 2023년부터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롯데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채권은 3714억원으로 전년 동기(2124억원) 대비 74.9% 급증했다. 올 1분기에는 이보다 더 늘어난 411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총자산 규모가 비슷한 현대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채권은 롯데카드의 55.2% 수준인 2269억원에 그쳤다. 또다른 기업계 카드사인 삼성카드의 연체채권도 롯데카드의 72.3% 수준인 2975억원이다. 롯데카드는 3개 기업계 카드사 중 자산 규모는 가장 적지만 연체채권이 제일 많은 상황이다.
이처럼 많은 연체채권에 롯데카드의 연체율은 늘어났다. 1% 초반에 머물던 롯데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지난해 말 1.8%를 기록했다. 1년만에 0.7%p가 늘었다. 이어 올 1분기에는 1.9%까지 올라갔다. 2013년 연체율 1.9%를 기록한 이래로 1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또다른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동일한 흐름을 보였다. 롯데카드의 NPL비율은 2022년까지 1% 내외를 유지하다 2023년 1.6%로 뛰어오른데 이어 올 1분기 1.8%로 올랐다. 같은 기간 업권 평균(1.2%) 보다 0.6%p 많은 수치다. ‘롯데’라는 이름을 단 이후로 역대 최대 NPL비율이기도 하다.
롯데카드의 건전성 지표가 급격하게 악화된 이유는 ‘수익성 중심 전략’ 때문이다. 롯데카드는 2019년 사모펀드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후 수익성에 집중했다. 이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기업들의 일반적 경영전략이기도 하다.
사모펀드들은 기업 인수 후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기업가치와 수익성을 높이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시킨다. 이는 MBK파트너스도 마찬가지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인수 후 기업 가치 상승을 위해 자산 및 순익 확대에 집중했다.
그 결과 MBK파트너스 인수 후 롯데카드의 총자산은 ▲2020년 14조 5041억원 ▲2021년 16조 6247억원 ▲2022년 20조 7194억원 ▲2023년 22조 2893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2020년 1307억원 ▲2021년 2414억원 ▲2022년 2539억원 ▲2023년 3748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0년대까지 10년 넘게 연간 1000억원 대에 머물렀던 당기순이익이 MBK파트너스 인수 후 2~3000억원 대로 급증했다.
롯데카드가 순익을 늘린 방법은 현금서비스, 카드론, 리볼빙과 같은 고수익 대출자산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롯데카드 관리자산 중 현금서비스, 카드론, 리볼빙 등 대출성 카드자산은 2019년 4조 3393억원에서 올 1분기 6조 3974억원으로 늘어났다. MBK파트너스 인수 후 5년여 만에 47.4% 늘어났다.
같은 기간 경쟁사들의 대출성 카드자산 증가율(△우리카드 29.6% △KB국민카드 22.1% △현대카드 21.3% △삼성카드 17.5% △신한카드 16.8% △하나카드 4.6%)과 비교할 때 압도적인 수준이다.
그 결과 대출성 카드자산에서 창출되는 수익도 ▲2019년 6545억원 ▲2020년 6730억원 ▲2021년 7382억원 ▲2022년 7948억원 ▲2023년 8777억원으로 우상향했다. 이들 수익이 카드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5~50% 수준이다.
대출성 카드자산이 차지하는 수익비중은 2020년, 2021년 51%까지 치솟았으나 2022년 1월부터 카드론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며 비중이 축소됐다. 그러나 여전히 업권 평균(35~40%)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출성 카드자산은 평소 카드사에 높은 이익을 가져다 준다. 타 상품 대비 이율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경제가 어려워질때는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진다.
고금리 장기화로 국내 경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을 이용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은 나빠지고 있다. 이에 대출성 카드자산이 많은 롯데카드의 건전성이 더욱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건전성 악화에 대손충당금은 늘어나고 있다. 롯데카드의 대손비용은 ▲2020년 2818억원 ▲2021년 3187억원 ▲2022년 3687억원 ▲2023년 477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올 1분기 대손 충당금은 전년 동기 대비 34.9% 늘어난 1391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손충당금 증가폭이 커진 2023년부터는 당기순이익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023년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롯데카드의 실질 당기순이익은 1691억원으로 전년 동기(2780억원)대비 39.17%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54.2% 줄어든 249억원의 당기순익을 나타냈다. 전체 카드사 중 최저다. 충당금이 큰 폭으로 늘어나며 순익에 영향을 주고 있다.
롯데카드는 늘어난 충당금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업권 대비 적립률은 낮은 상황이다. 롯데카드의 올 1분기 NPL커버리지 비율은 261.8%로 같은 기간 업권 평균 384.5% 보다 122.7%p 적다. 업권 중 제일 낮은 수준이다.
연체채권과 연체율이 급등했던 2022년과 2023년 NPL커버리지비율은 오히려 367.3%에서 291.1%로 떨어졌다. 업권 평균 대비 수치도 100%p 이상 낮았다. NPL커버리지 비율은 잠재적인 부실채권에 대처할 수 있는 손실 흡수 능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높을수록 좋다. 그러나 롯데카드의 NPL커버리지 비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즉 롯데카드는 부실채권 증가로 연체율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업권 평균 대비 부실 감당 여력이 낮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계차주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능력 저하가 이어지는 가운데 롯데카드의 향후 건전성 및 부실 대처 여력이 우려되는 이유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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