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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쓰나미] 빅테크 ‘AI 열풍’의 그림자, 포스트 코로나 ‘감원 한파’ 거세져

비즈니스포스트 조회수  

고유가, 고금리 고환율. 이른바 ‘3고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수출기업은 물론 내수기업까지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산업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무부담이 커진 기업들은 비주력사업을 매각하고, 인력을 전환 배치하는 등 대대적 구조조정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기존 자원투입 중심 산업에서 생산성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역동경제 로드맵’을 공개하고 기업들의 체질개선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업재편으로 탈출구를 찾으려는 기업들의 대응 상황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1. 한국 경제 ‘착시 주의보’, 노출되는 한계 신호에 재계 리밸런싱 본격화
2. ‘AI발’ 새 흐름에 산업은행 커지는 역할론, 강석훈 선택과 집중 고심 깊다
3. 신사업 바쁜 신동빈, 롯데 계열 전방위 ‘군살빼기’로 물샐 틈 막는다
4. 하반기 본격화하는 부동산PF 구조조정, 커지는 건설업계 긴장감
5. 정부 ‘고금리 직격탄’ 저축은행 체질개선 압박, 구조조정 힘 실린다
6. 롯데케미칼 전지소재’수소에너지 중심 사업전환 대수술, 이훈기 구조적 불황에 메스 들어
7. KT 김영섭, 수익 악화 해외법인과 로봇사업 등 계열사 구조조정 ‘촉각’
8. 대표 바꾸고 희망퇴직 받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구조조정에 안전지대 없다
9. 공공기관 요금 올려 재무개선 힘받는다, 일부는 역할확대로 가닥 잡혀
10. 뉴 엔씨소프트 핵심경쟁력에 집중, 박병무 사람 조직 덜어내기 속도
11. 빅테크 ‘AI 열풍’의 그림자, 포스트 코로나 ‘감원 한파’ 거세져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1만2천 명 정리 해고 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전 구글 직원들이 2023년 2월2일 미국 뉴욕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동자들을 지지해 달라’ 라는 피켓 문구도 보인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는 미국 대형 빅테크 기업들에서 잇따른 감원 움직임이 관측된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은 2022년 11월 챗GPT 등장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업 전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관련 인프라에 대거 투자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AI 열풍이 이어질수록 기업 입장에선 비용 효율성 제고와 사업 확장에 탄력이 붙겠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들이 수천 명씩 잘려 나가는 냉혹한 조치가 계속될 수 있다.

14일 블룸버그와 CRN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메타와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빠르게 상용화하는 흐름에 맞춰 인프라 투자 비용을 크게 늘려나가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빅테크 중심 인력 감축 추세가 더 거세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보기술(IT) 전문지 CRN에 따르면 MS는 6월 클라우드 사업 부문인 애저(Azure)를 비롯한 다수 사업부에서 1천여 개의 일자리를 줄인 데 이어 7월1일에도 일부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대규모 정리해고 행렬을 이어가는 빅테크는 MS만이 아니다. 구글과 메타 또한 2023년 한 해 동안 각각 1만2천 명과 1만1천 명이 넘는 인원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 확산 기간에 과잉 채용이 이뤄졌고 최근 고금리로 자금 압박을 받아 노동자들을 해고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빅테크들이 AI 시장을 선점하려는 목표 아래 다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퍼붓다 보니 인건비를 줄인다는 시각이 많다.

전자전문매체 긱와이어는 MS가 AI 학습과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하면서도 마진율을 유지하고자 한 달에 한 번 꼴로 감원을 단행했다고 분석했다.

AI로 기존 인력을 대체하는 움직임도 일부 나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이하 배우조합) 조합원들이 2023년 8월12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넷플릭스 스튜디오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배우 16만 명이 소속된 이 단체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대형 스튜디오 입장을 대변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권리 보장 등을 두고 입장차를 보였다. <연합뉴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관리자가 관리자를 감독하고 이 사람을 다른 관리자가 다시 감독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AI를 활용해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비용 효율성을 가져가려는 의지로 읽힌다.

이에 올해 하반기에도 주요 기업들의 구조조정 사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비주력 사업을 중단하고 이에 따른 인력 감축 추세가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AI가 막대한 투자 대비 실제로 수익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업에 비용 부담은 결국 구조조정 압박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대형 벤처캐피탈 세콰이어캐피탈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AI에 몰렸던 투자가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시장 규모가 6천억 달러(약 823조3590억 원)로 커져야 하지만 빠르게 현실화될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 건설 또한 단시일 내에 끝나기 어려워 추가 비용을 계속 요하다 보니 AI 중심의 산업 전환이 실리콘밸리 노동자들의 일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열풍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지만 그 이면에는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어두운 현실이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2024년 올해 상반기에만 254개 기업에서 6만 명이 해고됐다는 집계도 나온다.

물론 해고는 기업들이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선택지로 여겨진다.

하지만 AI가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기술기업을 넘어 다른 산업에도 해고 여파가 번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는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멀지 않은 미래의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클라우드 및 인프라 구축이 고도화될수록 다양한 산업군에서 비용 부담과 인력 필요성 저하로 이어지며 대규모 구조조정 시대의 서막을 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수년 동안 대규모 인력 조정이 일상화 되다 보니 해고가 더 이상 금기시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미국은 상당한 고용 유연성을 보장하는 환경인데 이러한 기조가 더욱 짙어져 자유로운 해고가 더욱 빈번해질 공산이 크다.

이에 AI 시대에도 일정 부분 고용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화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AI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해고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은 적극적인 소통과 지원책으로 직원들의 혼란과 두려움을 줄이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근호 기자

비즈니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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