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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6개 지방자치단체가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 사용하는 대체 연료를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해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산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멘트 업계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화석연료 대신 폐플라스틱·폐비닐 등 폐합성수지를 대체 연료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탄소를 저감하고 있는데 이를 되레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국내에서 일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EU) 등이 친환경 공정 도입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전환을 촉진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규제 강화를 추진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14일 시멘트 업계 등에 따르면 강릉시·동해시·삼척시·영월군·제천시·단양군 등 강원·충북 지역 6개 지자체는 합동으로 ‘자원순환시설세’ 도입을 추진해 순환 자원 사용에 세금을 부과하려 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에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주요 시멘트 기업은 각종 시설 투자를 통해 기존 화석연료 대신 폐합성수지와 같은 순환 자원을 대체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자원순환시설세의 골자는 시멘트 공장에 순환 자원을 공급하는 폐기물 업체에 공급량 1㎏당 10원의 세금을 부과해 순환 자원 사용률을 줄이거나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세금 도입 시 2021년을 기준으로 납세 규모는 연 90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자원순환시설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의 입장은 ‘시멘트 공장에서 소성(연료로 가열)하는 폐기물로 인한 악취, 대기오염 등으로 인근 지역 주민의 건강권·환경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번 사용하고 버린 폐비닐·폐플라스틱을 연료로 사용해 태우게 되면 폐기물 1톤당 약 1.81㎏만큼의 대기오염 물질이 생긴다. 이를 근거로 6개 지자체는 지난해 1월 ‘시멘트생산지역행정협의회’를 구성했고 8월에는 기획재정부·환경부 등 관련 부처 및 지역 국회의원실에 자원순환시설세 법제화 공동 건의문을 제출했다.
지자체가 환경오염과 주민 건강권을 근거로 순환 자원 관련 세금 신설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순환 자원은 탄소 등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저감하는 친환경 연료에 가깝다. 우선 당장 폐합성수지를 연료로 사용하지 않으면 기존대로 화석연료인 유연탄을 태워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오염 물질은 1톤당 약 5.55㎏으로 순환 자원 사용 시와 비교해 3배 수준이다. 시멘트는 원료인 석회석에 최소 섭씨 1450도의 열을 가해야 내구성을 충분히 가진 제품이 돼 가연성을 가진 연료를 태워야 하는데 기존 유연탄에 비해 순환 자원 연료가 환경오염을 덜 시킨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순환시키는 차원에서도 순환 자원 사용은 친환경적이다. 환경부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전국에서는 1억 8645만 톤의 폐기물이 발생했다. 이 중 재활용되지 않은 약 1921만 톤의 폐기물이 소각되거나 매립됐다. 시멘트 공장에서 순환 자원을 대체 연료로 사용하면 이는 폐기물을 산업 현장에서 재활용하는 것이 돼 매립·소각률을 낮춘다. 전국 소각·매립지의 신·증축이 어려운 상황에서 각종 사회적 비용과 환경오염을 동시에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런 효과 때문에 EU에서는 폐합성수지 등 순환 자원을 연료로 사용하는 기업에 오히려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회원국 재정을 바탕으로 공동으로 조성한 환경 기금을 대체 연료 설비 도입 기업에 나눠주는 방식이다. 글로벌 1위 시멘트 기업인 홀심시멘트가 운영하는 오스트리아 만스도르프 공장의 경우 순환 자원 연료 사용률이 90%를 웃돈다. 올 5월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후베르트 그레흐 오스트리아 환경부 국장은 “EU에서만 탈탄소 전환과 관련해 30억 유로(약 4조 5047억 원)의 연구비가 적립돼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멘트 업계는 비교적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강원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 영월 공장의 경우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합성수지 연료를 활용하기 위해 2022년부터 1980억 원을 투자해 신설비를 도입했다. 폐합성수지 등 순환 자원은 기존 유연탄에 비해 오랜 시간 가열해야 고열을 낼 수 있어 설비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주로 유럽에서 수입하는 순환 자원 연소용 설비는 대당 가격이 1000억 원에 이른다. 유럽과 다르게 국내 시멘트 기업은 대부분 자체 자금을 기반으로 시설 투자를 한다. 국내 순환 자원 연료 사용률은 35%로 유럽 평균치인 53%보다 낮다.
순환 자원 사용이 글로벌 시멘트 업계 표준이 된 상황에서 공장을 둔 지자체가 관련 세금을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국내 시멘트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고 해외에서 들여오는 모든 시멘트 제품에 대해 탄소 배출량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보고서를 토대로 제품별 탄소 배출에 따른 유료 인증서 구매를 강제해 탄소 저감을 유도한다. 화석연료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적은 순환 자원 이용에 차질이 생기면 추후 유럽 수출 등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시멘트 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순환 자원은 화석연료보다 환경오염을 현저히 덜 시키는 연료인데 지자체에서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당혹스럽다”며 “자원순환시설세 도입은 국내 시멘트 산업의 탄소 저감을 어렵게 만들고 국제 경쟁력 또한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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