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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의 핵심은 계열사 간의 합병이다. 지난달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전체 계열사 수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으며, 이미 재계에서는 SK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들의 합병안이 추정됐다. 그 중심에는 SK이노베이션이 빠지지 않았는데,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이사회까지 예정돼 있어 합병이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에너지 사업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SK E&S가 운용하는 수소에너지 사업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이자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SK온과 결이 비슷하다는 명분이 있다. 특히 SK E&S가 실적이나 현금창출력이 탄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부채를 해결해야 하고,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SK이노베이션과의 합병이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SK E&S와의 합병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내용을 12일 공시하면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면서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SK E&S는 2022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후, 지난해에도 매출 11조1672억원, 영업이익은 1조3317억원을 올렸다. 올 1분기 기준 부채는 61.8% 수준이며, 보유 현금만 3조2125억원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의 올 1분기 부채는 55조618억원으로 부채 비율은 175.8%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 관련 설비투자만 약 16조원이 남았으며, 배터리 및 소재사업의 투자는 지속 돼야 하는 실정이다.
명분이나 실리는 명확한 편이나, 합병까지는 합병 비율 산정 등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할 숙제가 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이 1대2 수준으로 정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 소액 주주들의 여론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SK E&S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유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과의 논의도 필요하다. KKR이 SK E&S에 3조1350억원에 달하는 RCPS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SK E&S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맞먹는 규모다. 합병 문제로 KKR이 투자금 중도 상환을 요구할 경우 상환 자산으로 자회사를 넘겨줘야 할 수도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자산규모만 106조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합병이 진행된다면 SK㈜가 주도하게 돼, SK㈜ 역시 이사회를 통해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그룹 수석부회장과 SK E&S 수석부회장도 겸임하고 있어 합병이 확정되면 진행 속도는 빠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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