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들이 상장일 이후 주가가 지지부진한 데는 높아진 공모가 영향도 크다. 기관투자자들의 공모 희망가격을 높게 제시하면서 대다수 공모주가 희망밴드 상단 또는 초과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하자, 상장 이후에는 주가가 되레 하락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공모가를 부풀린 뒤, 단기 차익을 얻고 시장을 빠져나가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한 전 종목(29개)이 희망 공모가 범위의 상단 또는 초과한 가격에 형성했다. 특히 희망밴드 상단에 공모가를 확정한 그리드위즈와 HD현대마린솔루션을 제외하고는 27개 종목(93.10%)의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을 넘어선 가격이다.
심지어 5월 코스닥에 상장한 민테크는 공모 희망밴드 상단(8500원)보다 76.47% 높은 가격(1만5000원)에 공모가를 형성한 뒤, 현재 공모가 대비 14% 넘게 내림세다. 제일엠앤에스도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1만8000원)보다 33.33% 높은 가격(2만2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지만, 현재 공모가보다 39% 넘게 떨어진 상태다.
이처럼 공모가가 높게 책정된 데는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상장 예정 기업과 상장 주관사(증권사)가 희망하는 공모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서다. 통상 기업이 상장할 때 공모가는 기업이 상장 주관사와 함께 적어낸 희망 가격과 기관투자자가 적어낸 희망 가격을 통해 결정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공모가 대비 57% 가까이 상장한 올해 상장한 종목 중 가격이 가장 크게 하락한 아이씨티케이는 총 2113건의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참여가 이뤄졌다. 그런데 이 중 2086건(98.72%)이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을 제시했다. 열에 아홉은 공모가 희망밴드보다 비싼 가격을 제시한다는 의미다. 아이씨티케이의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1만6000원)보다 25% 높은 가격(2만 원)에 확정됐다.
공모가보다 47%가량 하락한 포스뱅크도 총 2104건의 수요예측 참여 중 2067건(98.24%)이 희망밴드 상단 초과를 제시했다. 가격을 제시하지 않은 29건을 제외하면 희망밴드 하단 가격을 제시하거나 하단 미만 가격을 제시한 경우는 없었다. 포스뱅크는 희망밴드 상단(1만5000원)보다 20% 비싼 1만8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문제는 희망 공모가격을 높게 제시한 기관투자자가 정작 의무보유확약에는 인색하다는 것이다. 공모가를 최대한 높여 주식을 확보한 뒤, 상장 후 이른 시일 내에 매도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된 아이씨티케이도 대다수의 기관 투자자가 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을 희망 공모가로 제시했지만, 정작 의무보유확약을 한 비중은 5.11%에 불과했다. 2113건 중 미확약이 2005건에 달했다. 오상헬스케어는 미확약 비중이 92.31%에 달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열풍에 한 주라도 더 받고자 희망 가격을 높여 제시하는 기관투자자의 상황도 난감하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의무보유확약 없이 상장 초반 비싼 값에 팔아치우는 방식이 반복되면 결국 피해 보는 건 물량을 떠안는 개미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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