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1일 환경부·가전제품 업계와 ‘가전제품 살생물제 자율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가전제품과 관련해 ‘살생물제’가 언급된 이유를 알아봤다.
살생물제는 세 종류로 나뉜다. 만약 살생물 기능이 특정 제품에 부가적으로 추가됐다면 이는 ‘살생물처리제품’으로 분류된다. 항균필터가 추가된 에어컨이 그 예다.
탁진경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살생물제는 세 가지로 나뉜다. 원재료에 해당하는 ‘살생물물질’, 이 살생물물질을 혼합해 제품화한 ‘살생물제품’, 그리고 제품의 주된 목적 외에 유해생물 제거 등 부가기능이 추가된 ‘살생물처리제품’이 있다. 이 중 가전제품은 세 번째인 처리제품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에어컨 필터에 항균코팅이 돼 있다면, 냉방이라는 주 기능에 항균이라는 부가기능이 들어가면서 살생물처리제품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부가기능이 들어간 제품은 까다로운 환경부 인허가가 아닌 별도의 기준을 따른다.
탁 수석연구원은 “살생물제와 살생물제품은 환경부 인허가가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살생물처리제품은 위 두 가지와 비슷한 적용을 받지 않고, 화학제품안전법에 따른 의무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전제품에 살생물 관련 기능이 포함됐어도 반드시 유해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화학물질이 밖으로 방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탁 수석연구원은 “해가 된다는 것은 물질이 밖으로 나와서 인체나 동물에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지 않나. 하지만 이렇게 밖으로 화학물질이 방출되는 것은 애초에 처리제품으로 분류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오존방출기처럼 방출되는 물질은 있지만 그 영향력에 대한 기준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기기도 있다.
탁 수석연구원은 “오존의 경우 순간적으로 방출되지만 사라진다. 플라즈마도 금방 작용하고 사라진다. 이러한 것들을 현장발생 살생물물질이라고 부르는데, 이 물질들에 대한 평가방법이 전세계적으로 확립이 안 돼 있다. 아직 유예기간의 적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협약은 가전제품 업계가 완제품 및 부품을 제조하거나 공급할 때 승인받은 살생물제를 필요한 곳에만 쓰도록 자율안전관리 체계를 사전에 구축하고, 화학관련 제도의 이행 역량을 높여 소비자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협약은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살생물처리된 제품에는 승인된 살생물제품을 사용하고 처리제품에 맞는 표시·광고를 하도록 하는 의무가 2028년부터 가전제품 업계에 적용됨에 따라, 사전에 가전업계와 정부가 협력해서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가전제품 업계는 승인받은 살생물제와 화학물질만 사용하고 사용량 저감을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살생물처리제품에는 ‘항균력 99%’ 등의 주장이나 과대광고를 근절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병화 환경부 차관은 “그간, 업계에서도 가전제품의 안전성을 향상시키고 항균 효과 등에 대한 과대광고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라면서, “이번 협약식이 가전제품 업계, 정부가 협력하여 살생물제와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관리체계를 미리 구축하고, 완제품 제조사들의 노력이 부품사와 원료공급사 등 공급망 내에서 함께 공유될 수 있는 소중한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윤수현 한국소비자원장은 “우리 기관에서도 소비자가 사용하는 제품에서 살생물 효과에 대한 과대광고가 사라질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며,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제품 사용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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