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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영화 재밌다는데…왜 ‘대작’·’대박’ 없을까 [N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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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여름 성수기 시장의 풍경이 예년과 조금 달라졌다. CJ EN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배급사 매년 여름 극장가에 그 해 ‘천만’을 바라볼만한 간판급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내놓았던 기존의 패턴은 사라지고, 특색있는 다수의 ‘중형’ 영화들이 개봉해 손익분기점 이상의 관객몰이에 집중하고 있는 것.

6월부터 8월까지 약 3달을 여름 시장이라고 본다면, 올해 여름 시장에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둔 한국 영화는 십수 편이다. ‘원더랜드'(6월 5일), ‘하이재킹'(6월 21일), ‘핸섬가이즈'(6월 26일), ‘탈주'(7월 3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7월 12일), ‘파일럿'(7월 31일), ‘리볼버'(8월 7일), ‘행복의 나라'(8월 14일), ‘빅토리'(8월 14일), ‘필사의 추격'(8월 21일), ‘한국이 싫어서'(8월 중) 등이 해당 작품들이다.

그간 ‘빅4’ 및 ‘빅5’ 등으로 표현되며 기대를 모았던 간판 영화는 부재하다. 이 중 손익분기점이 비교적 높은 축에 들어가는 작품은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약 400만 명), ‘하이재킹'(약 300만 명), ‘원더랜드'(약 290만 명)이며 그밖에 ‘행복의 나라’는 약 270만 명, ‘탈주’와 ‘파일럿’ ‘빅토리’는 약 200만 명, ‘리볼버’는 약 140만 명, ‘핸섬가이즈’는 약 1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2010년대까지 한국 영화 시장에서 블록버스터급이라 칭해지는 영화들은 통상 순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작품들이었고 2020년대에 들어서는 200억 원대 이상의 작품들도 나왔던 만큼, 해당 영화들 중 요즘 기준 ‘블록버스터’에 해당하는 작품은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원더랜드’ 정도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여름 라인업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는 무엇일까.

팬데믹 이후 관객들의 변화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는 배급 전략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관객들은 ‘입소문’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꼭 봐야할 영화’로 여겨지는 작품들을 선택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에는 극장에 가서 볼 영화를 고르는 관객도 많았지만, 요즘에는 먼저 볼 영화를 고르고 극장에 가는 관객들이 많다고 보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에 따라 각 배급사에서는 관객들이 많이 몰리는 성수기와 그렇지 않은 비수기를 구분하지 않는다. 각 영화의 주요 타깃으로 예상되는 관객층의 성향과 영화의 특성에 맞는 시기를 고려해 일정을 분배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흥행 패턴을 분석하면 이해 가능한 방향성이다. 팬데믹 이후 천만 돌파에 성공한 5편의 영화는 성수기가 아닌 시점에 개봉해 흥행을 이뤘다. ‘트리플 천만’을 이룬 ‘범죄도시’ 시리즈의 경우 ‘범죄도시2’와 ‘범죄도시3’는 5월에 개봉했고 ‘범죄도시4’는 한 달 앞당겨 4월에 개봉했다. 또한 전통적으로는 비수기임이 분명했던 11월 개봉한 ‘서울의 봄’, 2월 선보인 ‘파묘’도 ‘범죄도시’ 시리즈와 함께 팬데믹 이후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지난해 여름을 봐도 관객몰이에 유리한 시즌은 이제 없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평가다. 지난해 여름,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제외하고는 ‘더 문’, ‘비공식작전’ 등 ‘빅4’로 불리던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거의 매년 여름이면 나왔던 천만 돌파 영화도 없었다. 결국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이 무너지며 ‘성수기에는 블록버스터’라는 공식이 사라졌고, 그로 인해 극장가는 사실상 흥행을 위한 새로운 문법을 개발 중인 상황이다.

그렇다고 근래 여름 극장가에서 ‘대박’ 흥행 작품이 사라지고 있는 원인이 꼭 블록버스터의 부재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팬데믹 이후 흥행한 다섯 편의 영화 중 순제작비 200억 원이 넘어가는 블록버스터 영화는 ‘서울의 봄’이 유일했다.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구분이 희미해졌듯 제작 규모와 흥행의 연결고리도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다. 사실상 ‘어떤 영화가 흥행할 것인가’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그에 따라 마케팅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다. 팬데믹 이전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경우 개봉 첫 주 스코어가 이후의 성적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봤기에 영화 홍보를 위한 모든 자본과 인적 물량을 첫 주에 쏟아부었다. 규모가 큰 영화들의 개봉 초기 마케팅 물량 공세가 어느 정도 통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하지만 ‘입소문’이 중요해진 최근에는 관객들 사이에서 나오는 ‘진짜 반응’, 입소문을 2주 차 이후부터 확인할 수 있기에 영화의 규모와 관계없이 ‘얇고 길게’ 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박’은 없지만, ‘흥행작’이 없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얇고 길게’ 가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만큼, 여름 내내 조금씩 스코어를 올려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영화들이 나오고 있으며 아직 개봉하지 않은 작품이 개봉한 작품보다 많다. 더불어 손익분기점 100만명을 넘기는 데 성공한 ‘핸섬가이즈’와 일찌감치 마의 ‘100만 고지’를 넘기고 호평 속에 ‘롱런’ 중인 ‘하이재킹’ ‘탈주’ 등의 영화에도 희망은 있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뉴스1에 “시사회 및 개봉 직후 무비고어를 중심으로 형성된 입소문이 일반 대중에게 확산 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해졌음을 체감하고 있다, 재미가 검증된 작품은 꾸준히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어 짧고 굵게 보다 가늘고 길게 가는 배급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이제는 영화를 보고 좋아해줄 타깃을 선별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입소문을 형성하며 꾸준히 롱런하기 위한 전략을 더 중시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성수기에는 블록버스터라는 전통적인 패턴을 깨고 중형급 영화들이 여름 극장가를 채우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여름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큰 시장이며 6월부터 무더위가 시작된 올해는 각 배급사들이 여름을 더 길게 보고 시차를 둔 채 코미디부터 휴머니즘까지 장르적 차별화를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머니s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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