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상혁 홍유진 기자 = 7035억원의 라덕연, 6616억원의 영풍제지.
주식시장 개장 이래 역대급 주가조작 사태가 연달아 터진 지 만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시장에는 “언젠가 또 터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득하다. 들끓는 불공정거래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가조작 범죄가 갈수록 조직화 되어가고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점점 적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범죄의 유인을 차단하기 위해 부당이득 산정 기준을 법제화했지만 현장에 안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라덕연 대표 일당은 2019년부터 2023년 4월까지 미등록 투자자문회사를 통해 투자금을 유치한 뒤 8개 상장기업 주식을 시세조종 해 약 7305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기소됐다. 부당이득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올 7월 기준으로 기소된 인원만 57명에 달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영풍제지’ 주가를 타깃으로 한 주가조작 조직이 검거됐다. 이들은 2022년 10월부터 1년 동안 22만7448회의 시세 조종 주문을 넣어 6616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단일 종목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약 23명이 기소됐다.
두 사건 말고도 검찰이 적발한 금융·증권 범죄는 상당하다. 남부지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5월부터 올 2월까지 시세 조종·부정 거래 등으로 기소된 인원은 351명으로 남부지검 합수부 폐지 전인 2020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174명 대비 약 2배가량 많다. 추징 보전 금액은 4.4배 늘었다.
문제는 범죄 수법이 갈수록 고도·조직화하고 있어 적발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풍제지 주가 조작 조직의 경우 총책을 중심으로 ‘자금모집팀’, ‘계좌모집팀’, ‘주식매매팀’ 등 3개 팀으로 구성됐다. 당시 총책은 이들 조직을 점조직으로 운영해 1개 조직이 적발되더라도 수사기관이 조직의 구성을 쉽게 확인할 수 없도록 했다. 전문가 조직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도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난무하는 자본시장 범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자본시장이 해외 시장에 비해 저평가받는 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코스닥 상장 기업 중에는 시가 총액 30억원에 불과한 기업들이 많은데, 이들을 타깃으로 한 무자본 인수합병 등 불공정 거래가 활발하다”며 “이런 환경은 주식시장의 불신을 야기할 것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부당이득액 산정 기준을 법제화했다. 부당이득액이란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액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부당이득액을 ‘위반행위로 얻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이라고 명문화했다. 그간 부당이득액 산정 방식이 규정화되지 않은 탓에 법정에서 처벌 수위가 낮아지는 문제가 생겨왔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법원 판결까지 안착했다고 보긴 이르다. 실제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단이 검찰이 산정한 부당이득액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장 출신인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위반 행위 이외에 제3의 원인이 주가에 영향을 주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고 근본적인 어려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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