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나토 맹주’ 미국이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간 협력 제도화의 ‘초석’ 마련에 힘을 실으며 대(對)중국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각)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IP4 정상과 만나 연내에 ‘미국-IP4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IP4가 최근 나토 정상회의에 3년 연속으로 초청받은 상황에서 미국-IP4 외교장관회의까지 열리면 IP4란 협력체가 공식 출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IP4는 바이든 행정부의 ‘격자형’ 구조 구축의 일환이다. 미국은 그간 자국을 중심으로 양자 동맹을 다수 구축하는 ‘바큇살형’ 외교 구조에서 벗어나 소다자 협력체 중심의 ‘격자형’ 구조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의 촘촘한 소다자 협력체 확대는 결국 중국 견제에 목적이 있다. ‘한미일 3각 협력’을 비롯해 ‘미·일·필리핀 협력’ ‘오커스'(미국·영국·호주 군사동맹) 등도 미국의 ‘격자형’ 구상의 일환이다.
미국의 소다자 협력체로는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력체)도 있지만, ‘비동맹’이라는 외교 전통을 이어온 인도는 ‘변수’로 꼽힌다. 이에 미국은 다른 협력체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미국의 ‘최우선 외교 정책’이 중국 견제라는 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바이든 대통령과의 최근 대선 토론에서 ‘중국 때리기’를 했다.
특히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으로 북러가 사실상 군사동맹을 복원하면서 나토는 아시아와 유럽 안보를 한 사안으로 다루려고 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북러뿐만 아니라 중국도 견제 대상 중 하나란 것이다.
이번에 나토 정상들은 공동성명 ‘워싱턴 정상회의 선언’을 채택하면서 북러 간 밀착에 대해 “유럽대서양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국제 비확산 체제를 약화한다”라며 우려했다. 동시에 중국을 향해선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는 ‘결정적 조력자'(decisive enabler)라며 압박했다.
IP4 또한 별도로 북러 규탄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여기엔 중국이 명시되진 않았다. 그러나 나토 회원국과 IP4가 협력 범위를 구체화해 나가면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 뚜렷해질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나토와 IP4 간 ‘4대 중점협력사업’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 의료 지원 △사이버 안보 능력 △허위정보 위협 대처 △인공지능(AI) 기술 협력 등이다.
한국 입장에선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심화하는 북러 군사협력에 대응, 나토와의 연계를 강화한 건 성과다. 다만 중국에 대한 관리 외교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대중 외교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단 분석도 있다.
한중 양국은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 그리고 차관급으로 격상한 ‘2+2′(외교·국방) 형식의 한중 외교안보대화의 서울 개최를 통해 고위급 소통을 가졌고, 이후 한중 1.5트랙(반관반민) 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개최해 이러한 동력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3일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 “북러 밀착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과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라면서, 반면 한중 양국 간엔 ‘전략적 공통 이익’이 있다며 향후 고위급 소통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현 시점에서 나토와 IP4 간 협력 모색은 중국 입장에선 기분은 좋지 않겠지만 당장의 위협 요인이 됐다고 볼 단계도 아니다”라며 “중국 외교부가 불쾌감을 표했지만, 어떤 조치 등 구체 행동이 나온 건 없다. 아직은 감내할 수 있는 단계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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