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달 2일 서울 최초의 K팝 전용 공연장이면서 총 사업비가 3120억원에 달하는 ‘서울아레나’가 첫 삽을 떴다. 2012년 개발 계획이 처음으로 등장한지 약 12년만의 착공이다. 서울아레나가 들어서는 곳은 서울 동북권 외곽이면서 낡은 주택이 대부분인 도봉구 창동. 주거 밀집지인 이 일대에서 보기 드문 대형 호재인 만큼, 앞으로 서울아레나가 지역에 활기를 가져다주는 랜드마크 시설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아직 회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까지 겹치면서 전국 곳곳 대형 개발사업이 좌초되고 있는 점이 악재로 꼽힌다. 민간개발은 물론이고 지자체를 끼고 진행해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현장들마저 공사 중단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서울아레나에도 비슷한 위기가 닥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외곽에 최초의 K팝 공연장…서울시 땅에 카카오가 2027년까지 짓는다
서울아레나는 지하철 1·4호선 환승역인 창동역 인근 5만여㎡ 부지에 지하 2층~지상 6층, 연면적 11만9096㎡ 규모로 짓는 복합문화시설이다. 국내 최초로 최대 2만8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대중음악 공연장을 포함하며 영화관 7개관, K팝 지원시설, K팝 관련 판매·업무시설 등을 짓는다. 이달 2일 착공식을 갖고 40개월 건축기간을 거쳐 2027년 3월 준공할 예정이다.
서울아레나는 서울시 소유 부지에 들어서지만, 건물을 짓는 비용은 모두 민간기업이 지불하는 민간투자방식(BTO·Build Transfer Operate) 방식으로 진행한다. 국내 핵심 IT기업인 카카오가 지분율 98%를 가진 ‘주식회사 서울아레나’가 2019년 사업 시행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5월 카카오는 이사회를 열고 서울아레나 건설 자금 약 4400억원을 대출 약정으로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시공은 한화 건설부문이 맡는다.
서울시와 카카오가 서울아레나 완공 효과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먼저 서울시 입장에선 현재 마땅한 일자리나 문화시설 없이 베드타운으로 남아 있는 동북권에 서울아레나가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완공시 국내외 방문객이 연간 2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 중이다. 카카오 역시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가 생산하는 다양한 K팝·문화 관련 콘텐츠를 서울아레나에서 선보이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 중이다.
■전국 초대형 개발사업 줄줄이 갈등…3000억 서울아레나, 카카오도 부담일 듯
다만 건설 부동산 업계에선 현재 건설 경기가 여전히 침체된 점이 서울아레나 개발사업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금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기 역부족인 사업장의 경우 개발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이미 착공한 현장에선 공사비·인건비 인상 문제가 겹치면서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하거나 시공권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기 떄문이다.
단적인 예로 서울아레나와 용도가 비슷한 경기 고양시 ‘K-컬쳐밸리 조성사업’(CJ라이브시티 사업)이 꼽힌다. CJ그룹 계열사인 CJ라이브시티가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부지 32만6400㎡에 1조8000억원을 들여 K팝 전문 공연장과 테마파크, 상업·숙박·관광시설을 짓는 사업인데, 이달 1일 최종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숙박·상업시설 부지 매입 비용 1940억원을 포함해 7000억원을 투입됐지만, 건설 자잿값 폭등 등 문제로 지난해 4월 공정률이 17% 수준에서 공사가 완전히 멈춰서면서다.
지자체·공공기관이 발주하거나 토지를 제공하는 만큼, 땅값과 건설비를 모두 다 부담해야 하는 일반 민간개발보다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민관합동 사업에서마저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민관합동 건설투자사업(PF) 조정안 추진경과 및 향후 계획’ 자료에 따르면 사업 34건이 공사비 상승 등 문제를 겪는 바람에 정부에 조정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비 규모를 합하면 총 20조원에 달한다.
문제가 된 사업지 34곳 중에선 앞서 ‘CJ라이브시티 사업’도 포함됐다. 이어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에스엠스틸이 진행하는 ‘고양 관광문화단지 A7블록 숙박시설 신축사업’에선 착공이 지연되자 GH가 기업 측에 착공 지연 위약금으로 10억8000만원을 납부하도록 해 갈등이 벌어졌다. 이 밖에 마곡 명소화부지 건설사업에선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이지스 측에 토지 잔금 지연금 20억원을 요구했으며,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11곳에선 LH가 민간기업 측에 건설 공사비를 올려주지 않으면서 이견이 발생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아레나의 경우 서울시가 카카오 측에 사업을 2027년 3월까지 준공하지 않으면 공정률에 따라 매일 지체상금을 지불하는 배상 협약을 맺도록 했고, 시공사인 한화 건설부문도 준공 지연시 하루에 2억원씩 배상금을 내도록 되어있다”며 “건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선 사업 지연이 숨쉬듯 일어나는데 민간기업 입장에선 당연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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