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 공시 부재시 장기적 주주가치 기대 어려워
기간별 상승률 격차 확대…1개월 기준 약 2배
매입·소각 병행으로 주가부양 및 안정 효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본격 시행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확대되자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주가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자사주 매입에 나선 상장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우상향세를 보이고 있으나 ‘자사주 소각’ 카드까지 꺼내든 곳의 상승 폭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1월 2일~7월 12일) 국내 상장사(코스피·코스닥) 중 자사주 매입 공시를 낸 기업은 260개사로 집계됐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을 활용해 주식시장에서 자기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시중에 유동되는 회사 주식 물량이 감소해 주가 상승 요인이 되는 동시에 기존 주주의 보유 지분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이로 인해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환원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초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면서 주주환원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아지자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에 보다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아니라 소각까지 예고 및 완료하는 것이 진정한 주주환원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까지 이뤄져야 회사 발행주식 총수 자체가 줄어들면서 주당 순이익(EPS)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에 대한 상장사들의 움직임은 자사주 매입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올해 상장사들이 발표한 자사주 소각 공시 건수는 93건으로 자사주 매입 공시를 올린 기업 수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게 업계 평가다.
또 자사주 매입만 공시한 상장사와 소각 계획까지 밝힌 상장사간 주가 상승 폭에 사뭇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만 공시한 상장사들의 기간별 평균 상승률은 ▲1일 3.27% ▲1주 5.92% ▲1개월 7.84%인 반면 자사주 소각까지 결정한 상장사들은 ▲1일 6.81% ▲1주 9.13% ▲1개월 14.22%로 나타났다.
이는 자사주 매입 효과로 주가가 일시적 상승 및 반등에 성공해도 정작 소각 소식이 부재하면 장기적인 기업·주주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이 소각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시적인 ‘주주 당근책’으로 치부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례로 미국 등 주요국의 상장사들은 자사주 소각을 주가 부양 및 안정 효과가 큰 주주환원 정책이라고 판단해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과도 사뭇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자사주 매입의 목적으로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라고 공시했으나 모든 경우에 주가가 상승하지 않았다”며 “자사주 취득에도 불구하고 일부 내부자가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사례가 상당수 관측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업계 한 관계자도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해도 향후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처분될 수 있기에 소각까지 이뤄져야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얻을 수 있다”며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호재로 작용하는 만큼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소각 병행이 진정한 주주환원정책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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