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액이 중동에선 선방했지만 다른 지역에서 감소세를 보이면서 전체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올해 누적 해외수주 1조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해외건설협회의 ‘2024년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실적’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 234개사가 79개국에서 296건, 155억8000만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지난 상반기 172억9000달러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약 10% 줄어든 수치다. 중동이 64.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북미와 태평양(14.6%), 아시아(14.0%), 중남미(3.3%)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중동에서 수주가 많았던 이유는 지난 4월 삼성E&A와 GS건설이 사우디에서 합계 73달러의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삼성E&A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60억8000만달러 규모의 가스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는데, 이는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중 가장 큰 액수다. 1~5월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3년 이상 이어진 장기 고유가에 힘입어 연초 이후 중동 산유국들의 발주가 이전보다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지난해보다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이 줄어, 우리 기업의 해외 수주 경쟁력이 악화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물류 리스크 등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목표한 연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 1조달러, 올해 목표 400억달러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은 9638억3000만달러로 누적 수주액 1조 달러까지 361만7000만 달러를 남겨두고 있었다. 누적수주 1조 달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 하반기에만 205억9000억 달러 규모의 수주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해외건설 수주가 2016년 이후 8년째 연간 300억달러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을 감안하면 반년 안에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주요 산유국이 재정 수입 확대를 통해 정유 및 석유화학 분야 외 투자 분야를 다각화함에 따라 유가와 플랜트 시장 간의 상관관계 강도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며 “양적 성장, 투자 중심, 기술 모방의 사업단위 수주에서 질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전략 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해외건설 수주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상반기에 밀린 신규공사 수주가 하반기에 이뤄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수주액이 줄어든 것은 상반기 예정됐던 수주들이 밀린 경향도 있는데, 반기에 200억달러라고 하면 많아 보이지만 그동안 연간 300억달러 규모를 분석하면 꼭 상반기 150달러, 하반기 150달러로 나뉘지 않는다”면서 “일반적으로 수주가 하반기에 몰려있는 경우가 많고 정부에서 수주 지원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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