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40), 정기선 HD현대 부회장(42),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40) 등 젊은 후계자들이 올해 들어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까지는 승계구도가 굳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40세 후계자들이 추진하는 신사업 성공 여부가 승계와 관련해 핵심 키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그룹은 지난 1일 계열사 코오롱글로텍 산하에 있던 ‘코오롱데크컴퍼지트’ 지분을 지주사 ㈜코오롱이 양수했다.
코오롱데크컴퍼지트는 코오롱글로텍이 100% 지분을 가진 특수소재 기업으로 (주)코오롱→코오롱글로텍→코오롱데크컴퍼지트로 지배구조가 이어졌다. 이번 지분 양수를 통해 지배구조가 (주)코오롱→코오롱데크컴퍼지트로 단순해진다.
그룹이 직접 항공·방산 특수소재를 챙기겠다는 해석으로 풀이되는데, 이 사업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아들 이규호 부회장이 직접 챙길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2019년 이웅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현재 코오롱그룹 회장 자리는 공석이다. 그룹 차원에서 추진된 항공·우주 사업 지주사 산하 일원화 작업은 이규호 부회장 경영능력을 시험하는 무대로 평가된다.
특히 이규호 부회장은 별도 승계작업이 없어 ㈜코오롱 지분율이 0%다. 이웅열 회장은 앞서 승계 조건으로 ‘경영능력’을 내걸었는데 이번 신사업 성공 여부에 따라 승계 명분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동관 부회장은 이달부터 자신(50%)과 형제들이 지분 100%를 가진 한화에너지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지난 9일 한화에너지와 에너지 분야 자회사 한화컨버전스가 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재계는 한화그룹이 승계를 위해 지주사 ㈜한화와 한화에너지를 합병해 김 부회장의 지주사 지분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에너지 덩치가 클수록 김 부회장이 가져가는 지주사 지분도 커지는 만큼 이번 합병을 승계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부회장이 승계 과정에서 내부 반발을 피하기 위해서는 현재 강하게 추진 중인 우주·방산 사업 성공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숙원이자 그룹의 막대한 재원이 투입됐으며 전통 제조업인 석유화학 분야에서 벗어날 미래 성장동력이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이미 한화솔루션을 통한 태양광 사업에서 한 차례 경영능력을 과시했지만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우주·방산 분야에서 저조한 실적을 낸다면 승계 명분을 떠나 그룹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기선 부회장은 올해 들어 집중적으로 지주사 HD현대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5~6월에만 400억원에 가까운 지분을 매입했으며 7월 들어서도 벌써 세 차례에 걸쳐 HD현대 지분을 사들였다. 지난해 말 기준 5.26%였던 전 부회장 지분율은 지난 10일 기준 6.04%까지 올랐다.
다만 그럼에도 정 부회장이 자력으로 그룹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에는 아버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가진 지분 26.6%를 상속받는 형태로 승계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에게도 승계 명분은 지배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키다.
정 부회장이 주력으로 추진하는 신사업은 수소와 소형모듈원자로(SMR)이다. HD현대는 정 부회장이 그룹 사장에 취임한 2021년 ‘수소드립 2030’을 발표하면서 수소 가치사슬 구축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미국 SMR 기업 테라파워와 투자계약을 하면서 그룹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통 큰 베팅을 하기도 했다.
이들 신사업은 다소 미래지향적인 투자로 2030년에나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 점은 그룹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조선업이 흑자를 기록하면서 부활했다는 것이다.
주력 사업 회복으로 신사업 투자에 따른 부담을 덜어낸 정 부회장은 내실 다지기와 미래 먹거리 확보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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