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극장에서 연기는 처음이라 너무 떨렸어요. 무대에 서기 전에 청심환을 두 개나 먹었죠.”
배우 임현주(32)는 최근 뉴스1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8일 처음으로 소극장 무대에 선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날은 연극 ‘임대아파트’에 출연하는 임현주의 첫 공연일이자 ‘연극 무대’ 데뷔 일이었다.
임현주는 2018년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2에 출연해 ‘단발 여신’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그는 단발 헤어스타일도, 활처럼 휘어지는 특유의 눈웃음도 여전했다.
연극 ‘임대아파트’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이 작품에서 임현주는 옷 가게에서 일하며 바지런히 집안일을 챙기는 ‘정현’ 역을 맡았다. 정현은 영화감독을 준비하는 ‘재생’과 오랜 연인 사이인데, 재생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하루하루 지쳐 간다.
임현주가 정현이었다면 재생이와 계속 만났을까. 임현주는 즉답 대신 “나도 처음에 대본을 읽었을 때 정현이가 재생이를 왜 못 떠나는지 궁금했다”며 “요즘 꿈을 갖고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이 드문 것 같은데, 재생이는 계속 노력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고 했다. 자신이 정현이었어도 계속 사귀었을 거란 뜻으로 들렸다.
◇ 연극 ‘임대아파트’와 특별한 인연
연극 ‘임대아파트’와의 인연은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현주는 당시 ‘연기가 내 길이 맞는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다고 했다. 자신의 연기가 형편없이 느껴졌고, 오디션도 보는 족족 떨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선배가 연극을 보러 가자고 권했다. 그 연극이 바로 ‘임대아파트’였다.
“제 눈앞에서 배우들이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것을 보는데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나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사연이 있는 작품이었기에, 연극 ‘임대아파트’가 새 시즌을 맞으며 배우 오디션 공고를 냈을 때 주저 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임현주는 말했다.
◇ ‘나는 왜 이렇게 연기를 못하지?’
배우의 길로 들어선 이유는 큰 결심이나 포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배우가 그냥 텔레비전 나와서 연기하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어요. 학원에서 연기를 배워 보니 재밌길래 덜컥 시작한 거죠.”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뛰어든 첫 작품은 2019년 방영된 웹드라마 ‘우웅우웅2’였다.
모르고 ‘덤빈’ 연기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나는 왜 이렇게 연기를 못하지?’란 생각에 빠져 우울해 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저앉지 않았다. “제 문제점이 뭔지,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을 해결해야 연기가 나아질 수 있는지 방법을 찾고 또 찾았어요.”
한국영화아카데미(KAPA)는 임현주에게 큰 배움터가 됐다. 붐마이크 들고 촬영에 나서고, 대본 쓰고, 영상 편집도 배웠다. 그렇게 임현주는 배우로서 기본기를 차근차근 다져 나갔다.
◇ “조금씩 조금씩 계단을 올라가는 느낌”
아직 갈 길이 먼 5년 차 배우. 빛나는 성취에 대한 조바심은 없을까. “예전에는 어떤 선배님처럼 되고 싶고, 또 어떤 작품을 찍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너무 조급해지기도 했다”며 “하지만 요즘엔 연기를 오랫동안 재미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연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를 꼭 충족시켜 드리고 싶다, (연기) 공부 진짜 열심히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에 대해 묻자 “지질한 역”이란 답이 돌아왔다. “술에 취해 헤어진 애인한테 전화 걸고, ‘이불 킥’ 하는 리얼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 연기 시작할 땐 제 삶이 미로 같았는데, 5년이 되니 조금씩 조금씩 계단을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요. 사실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있는 작품이 아직 없지만, 이번 연극에선 관객도 저 자신도 만족할 만한 공연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임현주의 바람은 이뤄진 듯싶다. 지난 8일 첫 공연 때 마주한 임현주는 ‘임대아파트’ 속 정현이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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