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코스피지수가 3000까지 오를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2배의 변동폭으로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계속해서 담고 있다.
코스피지수 상승으로 이미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에서 이른바 ‘곱버스'(곱하기 인버스) 상품 추가 매수를 통해 매입단가를 낮추는 전략으로 보이는데 향후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12일 증권업계 안팎을 종합하면 코스피지수가 하반기 3000포인트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당장 다음 주 코스피지수 범위를 2830~2950으로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금리인하 기대가 높아지고 있고 금투세 도입이 재검토되는 점 등을 증시 상승요인으로 꼽았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도 입을 모아 코스피가 30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가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하반기 코스피 증시 전망을 물은 결과 △삼성증권 2650~3150 △NH투자증권 2500~3100 △유안타증권 2550~3000 등 다수의 증권사가 3000 이상을 바라봤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ETF 상품을 매수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증시에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가장 많이 샀다.
개인투자자는 6월12일부터 전날까지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6119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일반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이 순매수한 삼성SDI(2855억 원)보다 2배 이상 더 샀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KOSPI200 선물지수 일별 수익률의 마이너스 2배를 따른다.
코스피지수가 1% 내리면 2%가 오르는 식인데 최근 한 달 사이 매수한 개인투자자는 대부분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의 평균 매수단가는 1898원로 집계됐다. 전날 종가 1756원을 고려하면 7.48%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13.07% 하락했다.
개인투자자는 삼선전자가 2분기 깜짝실적을 발표하며 코스피가 1% 넘게 오른 5일에도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1194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피가 연중 최고 기록을 새로 쓰던 10일과 11일에도 각각 96억 원, 259억 원어치를 더 샀다.
5일부터 전날까지 최근 1주일만 보면 개인투자자의 KODEX 200선물인버스2X 평균 매수단가는 1779원으로 낮아지고 전날 종가 기준 손실률 역시 -1.29%로 줄어든다.
코스피가 오르면 오를수록 고점을 찍고 내릴 수 있다는 심리에 개인투자자가 ‘눈물의 물타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코스피 움직임 역방향의 2배를 따른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일반 ETF보다 변동성이 큰 상품으로 꼽힌다.
최근 한 달 사이 개인투자자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인버스’를 823억 원어치를 매수했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1% 내릴 때 1% 상승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지수 하락 때 수익률이 더욱 높아지는 고위험 상품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한 셈이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는 개인투자자와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는 지난 한 달 동안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각각 5944억 원어치와 395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더욱이 기관투자자는 코스피지수 상승에 강하게 베팅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는 한 달 동안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레버리지’를 3153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KODEX 레버리지는 코스피200지수가 1% 상승할 때 2% 상승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이 상품을 3283억 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코스피 인버스 상품에 베팅하는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향후 더 커질 가능성도 나온다.
이날 코스피가 미국 증시 하락에 영향을 받아 1% 이상 내리고 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상승에 따른 일시적 조정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장기업의 2024년 이익 전망치는 계속 상향조정되고 있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도 9.87배로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며 “중간중간 숨고르기 가격 조정은 몇 번 나타날 수 있지만 코스피는 여전히 위쪽 방향을 보고 가고 있다”고 바라봤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증가로 실적 대비 주가수준 부담이 낮아지고 있다”며 “코스피 3000선 돌파는 무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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