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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쉬는 시간이라도”…학원 뺑뺑이에 “방학 때가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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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 약을 먹는 친구도…”

“학교는 쉬는 시간이라도 있는데…”

여름방학이 코앞으로 다가온 11일 오후 대치동 학원 거리에서 만난 학생들은 방학 때가 오히려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한숨을 내쉬는 학생들 뒤로는 ‘영재고·과학고 대비반’, ‘의대 대비반’ 등 현수막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대치동 아이들, 학원 기본 4~5개…”뒤처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

이날 만난 대치동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4~5개의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김 모 군(12)은 “학원 다니는 게 힘들지만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강남 8학군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 모 양(17)은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 약을 먹는 친구도 있다”며 “특히 시험 기간에는 압박을 많이 느낀다”고 고백했다.

방학은 ‘학업을 쉰다’는 의미지만 대치동에서는 오히려 공부에 더 매진해야 하는 시기다. 중학교 3학년 김 모 군(15)은 “방학 때는 하루 종일 학원에 있어야 한다”며 “학교는 쉬는 시간이라도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인근 중학교에 다니는 또 다른 김 모 군(15)은 “방학이 학습 시간을 확보할 기회”라며 “대치동에서 방학 때 학원 안 가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고민이 깊다.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김 모 씨(48·여)는 “애가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그렇다고 학원을 안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하소연했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 모 씨(56·남) 또한 “공부 잘하는 애가 학원에 다닌다고 하면 따라서 보내고 싶은 게 부모 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학교가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해 주지 못해 사교육이 성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학교 2학년 유 모 군은 “이미 선행학습으로 배운 내용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어 집중할 수가 없다”며 “교육의 질도 떨어져 대부분의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아이들 정신 건강엔 ‘적신호’…부모부터 바뀌어야

이런 지나친 사교육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통계청이 2022년 국내 13∼18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복수 응답 허용) 청소년들의 76.2%는 공부(성적·적성) 문제로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아동 중 ‘삶의 만족도’가 높은 아동 비율은 26.1%로 OECD 평균보다 7.7%포인트(p) 낮았다.

과도한 학업 부담으로 불안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청소년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ADHD로 병원을 찾은 만 6~18세 환자는 2018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진단한다.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박종석 원장은 “부모의 압박과 강요에 의한 사교육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오는 청소년들이 많다”며 “과도한 사교육이나 성취 압박은 오히려 학습 효율을 떨어트릴 수 있어 부모도 함께 치료받고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머니s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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