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 책무구조도 제출시기를 놓고 눈치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한금융이 1호 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이 나온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해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 조기도입을 선언했다.
진 회장이 책무구조도를 가장 먼저 정식 도입하면 자신감으로 비춰지며 그동안 공들인 내부통제 강화 노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선례가 없는 만큼 기준점이 되는 ‘1호’의 무게도 만만치 않아 막판까지 책무구조도 제출시기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신한금융 계열사는 책무구조도 작성 막바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신한카드’신한라이프’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계열사가 5월 작성을 마친 가운데 나머지 계열사(캐피탈’자산운용’제주은행 등)가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9월 전산완료를 목표로 책무구조도를 파일럿으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은행은 초안을 이미 다 만들어 당국 발표가 나올 때마다 법무법인 등과 소통하며 확인하고 있으며 주요 계열사도 작성을 마친 상황”이라며 “계열사가 완료하면 최종적으로 지주사 안도 이를 고려해 마련하며 작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2일 ‘책무구조도 해설서’를 발표했고 전날에는 책무구조도 조기도입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을 담은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계획’을 내놓으며 책무구조도 조기도입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책무구조도를 처음 도입하는 만큼 시범운영을 통해 1호 금융사와 제도를 다듬고 고도화하겠다는 것인데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1호가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신한금융은 금융권에서 책무구조도 도입에 가장 기민히 움직인 곳으로 평가된다. 신한금융 주요 계열사가 올해 5월 책무구조도 작성을 마친 것도 업계에서는 처음이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지난해 7월 주요 금융지주 수장 가운데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조기도입하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진 회장은 지난해 7월3일 신한라이프 임직원 대상 최고경영자(CEO) 특강에서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법령 통과 이후 조기에 도입하겠다”며 “그룹의 지속가능성장을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과 내부견제로 업무의 모든 과정이 정당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같은해 6월 말 금융업권별 협회장을 만나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고 책무구조도 도입을 공식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 회장이 발 빠르게 움직인 셈이다.
진 회장은 여전히 내부통제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1일 올해 하반기 경영포럼에서도 “신한금융의 성과는 고객에 이롭고 사회에 정의로워야 한다”며 임직원 모두가 법규와 업무기준을 철저히 준수하는 ‘과정의 정당성’ 가장 중요한 화두로 던졌다.
신한금융이 책무구조도를 주요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제출하면 ‘1호 금융사’라는 상징성을 획득하며 진 회장이 그동안 공들여 온 내부통제 강화 관련 이미지도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 조기도입에 힘을 싣는 만큼 도입 1호가 되면 앞으로 당국과 관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책무구조도의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1호의 무게를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점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전날 내놓은 책무구조도 운영지침을 보면 금융사고 등 실제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아도 임원은 관리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되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금융사고 발생과 무관하게 책무구조도를 내는 것만으로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전례가 없는 만큼 임직원의 긴장감을 불필요하게 높여 업무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 시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4대 금융의 눈치싸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금융당국 발표에 따르면 시범운영에 참여하려는 은행과 지주사는 10월3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된다.
한 4대 금융지주 관계자는 “책무구조도가 처음인 만큼 작성법도 금융지주가 서로 다르지만 모두 비슷한 단계에 있을 것”이라며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저마다 최근 발표된 가이드라인과 그동안 마련한 책무구조도를 맞춰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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