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250억’ 지불 요구에 ‘민사소송’으로 맞불
IT 업계, 낮은 수익화로 공공 SW 사업 꺼려
“발 빠른 IT답게 대가 산정 기준 현실화해야”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발주를 둘러싼 발주처와 기업 간 분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사업을 수주했던 LG CNS 컨소시엄이 복지부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컨소시엄은 LG CNS·한국정보기술· VTW 3사다. 2020년 보건복지부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맡았다. 컨소시엄은 복지부가 계약 해지 이후 부당한 요구를 했다는 입장이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각 부처의 사회복지 정보를 연계해 복지 서비스 조회 및 복지 수급, 업무처리 지원 등을 위한 정보기술(IT) 시스템이다. 컨소시엄은 2010년 개통된 사회복지통합관리망 ‘행복이음’과 2013년 구축된 범부처 복지사업을 관리하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플랫폼 형태로 통합 개편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지난해 말 최종 계약 해지됐다. ‘과업 변경’ 및 ‘추가 과업 요구’,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컨소시엄이 복지부에 계약 해지를 구두로 요청했고, 복지부는 지난해 말 컨소시엄에 최종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복지부는 컨소시엄이 사업을 중단해 과업에 비해 비용이 추가로 지급됐다며 250억 원을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과업 기간 지체에 따른 벌금 성격인 지체상금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컨소시엄은 이 같은 비용이 과하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복지부가 잦은 과업 변경 및 추가에 따른 비용을 컨소시엄에 추가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측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은 받지 못했다.
공공 SW 사업의 ‘대가’ 갈등은 오래 전부터 끊이질 않고 있다. 올해 초 CJ올리브네트웍스와 KCC정보통신은 국방부에 제기한 500억 원 규모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이들은 2015년 국방부가 발주한 296억 원 규모 ‘국방 군수통합정보체계 구축사업’을 수주했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국방부 측 추가 과업 요구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당초 계약 시점보다 사업이 늦게 진행됐다. 이에 국방부는 지체상금을 부과했고, CJ올리브네트웍스·KCC 정보통신은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공공 SW 사업의 대가 산정 기준에 업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스템 구축뿐만 아니라 ‘유지·보수’도 중요한 소프트웨어의 경우, 사업 계약 당시 명시된 과업의 기준이 다른 분야에 비해 모호하다. IT 업계 관계자 A씨는 “사업 과제를 진행하며 추가 과업이나 과업 변경이 잦은 편”이라고 말했다. IT 기술이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이러한 업계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한 추가 과업도 불가피하다. 다른 IT 업계 관계자 B씨는 “성능이 더 좋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그걸 이 사업에도 적용하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애초 계획과는 다른 일정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공공 SW 사업의 수익성이 매우 낮다는 반응이다. A 씨는 “공공 SW 사업은 실제 영업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다”며 “매출은 오를 수 있겠지만 인건비 등 비용 문제가 크다”고 토로했다. B 씨도 “공공 SW 사업은 사실상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와 기능점수(FP) 단가 현실화를 지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능점수(FP)는 공공 SW 사업에 대한 대가 산정 기준이다. IT시스템이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의 수를 기준으로 사업의 단가를 책정하는 방식이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공공SW 사업 중 신기술 과업의 적정 대가 산정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5월에 공공 SW 개발비 단가를 9.5% 늘렸고, 인공지능(AI)이나 클라우드 같은 신기술 과업의 대가 산정 초기 모델을 새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발주기관들이 이러한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공문을 보내는 식으로 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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