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 비율 ‘5%’ 불과
중국·일본처럼 소부장 국산화 비중 끌어올려야
기술 개발 노력 지속…수요 기업 지원도
“50년 전 현대자동차 ‘포니’가 수출될 때만 해도 국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비율이 채 10%가 안됐다. 국내 제약바이오 생태계도 자동차 산업계와 같이 국산화 비중을 올려야 차세대 먹거리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이은규 바이오 소부장 연대협력 협의체 자문위원장은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BIX 2024)’ 컨퍼런스에서 소부장 국산화에 대한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을 필두로 글로벌에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 바이오 소부장 산업의 성장세는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소부장 국산화 수준은 약 5% 정도로 자동차 산업이 99%, 반도체 산업이 50%를 넘어가는 것에 비해 크게 뒤처진 상태다.
이 위원장은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해외 제조사의 소부장에만 의존한다면 장기적으로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될지는 회의를 느낀다”며 “가까운 중국, 일본만 봐도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 비중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 역시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력하는 K-소부장…빛나는 수요기업의 협력
바이오 소부장 업계 역시 이를 절감하고 협의체 출범 등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번 BIX 2024 역시 ‘소부장 특별관’을 마련하는 등 소부장 기업들의 노력을 집중 조명하고 있었다.
12일 마련된 특별 도슨트 투어에서 도슨트를 맡은 이은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센터장은 “지금 국내 소부장 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싸토리우스, 써모피셔 등 해외 기업은 이미 100년 정도 되는 오랜 역사와 노하우를 쌓아온 곳”이라며 “국내 기업들 역시 차츰 기술력을 쌓아 나간다면 그 자리를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둘러본 소부장 특별관에는 국내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들이 자리해 있었다. 특히 최근 국내 첫 항체정제용 레진 공장의 준공을 승인받은 아미코젠의 자회사 퓨리오젠은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정제용 레진은 바이오의약품 정제 공정의 핵심 원료다. 특히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 레진의 수요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다. 다만 레진은 해외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소재 중 하나기 때문에 국산화 비율이 다른 소부장에 비해서도 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센터장은 “최근 팬데믹 등을 겪으면서 소부장, 특히 국내 대체제가 없는 요소들에 대해서는 공급망 안정화에 대한 필요성이 더 크게 대두됐다”며 “퓨리코젠의 레진 공장이 가동된다면 이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이번 특별관에는 ▲배지(세포배양 소재) ▲바이오리액터 ▲바이알 등 주요 소부장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8개 기업이 참여했다.
한편 소부장 기업들의 노력 뒤에는 수요 기업들의 지원이 빛나고 있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22년부터 ‘바이오 소부장 테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소부장 제품에 대한 기술적인 평가와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역시 꾸준히 국산 소부장 기업과의 공급 계약을 늘려 나가는 추세다.
김세훈 삼성바이오에피스 공정개발 상무는 “여러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지금 이러한 프로그램은 우리에게도 소부장 기업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윈-윈(WIN-WIN) 전략’”이라며 “우리 외에도 여러 수요기업들이 소부장 국산화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해외 유력 시장에도 뒤지지 않는 공급망 구축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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