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에 세트 매물로 나온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몸값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매각 측은 2조원 중반대 가격을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비싸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에 지불여력이 1조원 후반 대로 알려진 우리금융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서 양측 간 가격 이견 때문에 발을 뺐던 만큼, 이번에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내부 검토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아직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지 않았기에 향후 진행사항에 따라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내용을 상세히 알리겠다”고 말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 M&A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몸값이 비싸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주주인 다자보험그룹이 최소 2조5000억원의 가격을 제시하는 상황이다.
다자보험 입장에선 못해도 1조9995억원은 받아야 본전을 찾을 수 있다. 다자보험(전 안방보험)은 2015년 동양생명을 인수할 당시 1조1600억원을 투입했다. 이어 2017년에는 52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또, 다자보험은 2016년 35억원을 주고 ABL생명을 매입했으며, 이듬해 두 차례에 걸쳐 308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물론 순자산(자기자본)과 보험계약마진(CSM)을 더해 따진 조정순자산 계산법에 의거하면 단순 계산으로 두 회사의 가치는 도합 5조631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CSM 등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어 두 회사의 실질적인 몸값은 1조원 후반~2조원 수준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자보험도 이를 감안하고 몸값을 2조원 중반대로 책정했다.
두 회사의 실적은 견조한 편이다. 지난 1분기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885억원, 78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동양생명의 경우 보험영업 실적인 보장성 연납화보험료(APE)가 전년 동기 대비 48.6% 증가한 232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에 나온 매물 중 가장 매력적인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 비중이 95.8%에 달해 비은행 강화가 시급한 우리금융 입장에선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금융이 두 회사를 품에 안을 경우, 49조9109억원 규모의 자산을 가진 생명보험 계열사가 탄생하게 된다. 이는 생보업계 5위인 NH농협생명(53조8435억원)을 바짝 따라붙는 수치다.
이에 지난달 26일 우리금융 측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와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결국, 좋은 매물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품에 안는 것이 이번 인수전의 포인트다. 낮은 가격이면 인수를 할 수 없고, 비싼 값을 지불한다면 자산건전성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의 두 생명사 패키지 인수 추진에 의문을 품는 의견이 업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다자보험이 내건 몸값을 우리금융이 지불할 의향이 있냐는 것이다.
연초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신년사에서 비은행 강화를 천명했을 정도로 M&A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우리금융은 ‘오버페이’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우리금융은 자금출자 여력상 최대 7조원 가량을 M&A에 쏟아부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롯데손보 인수전 때 “1조8000억원 이상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결국 최종 결렬된 바 있다. 지금도 같은 입장인 만큼, 다자보험과 우리금융 간 몸값 이견은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두 생명사를 인수한다면 외형적인 성장과 실적에 있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다만, 결국 좋은 매물을 싼 가격에 잘 사야 하는데 과연 이번에 잘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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