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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축함 수주부터 해외 MRO까지…불 붙은 한화오션‧HD현대重 방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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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차기 구축함 미니 이지스구축함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뉴시스]
한국형 차기 구축함 미니 이지스구축함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뉴시스]

【투데이신문 노만영 기자】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방산 사업 경쟁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KDDX)을 넘어 해외 MRO(유지‧보수) 시장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약 8조원 규모의 KDDX 사업 선정 방식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선정 방식에 따라 유리한 업체가 달라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는 양상이다. 

‘관행대로 하자는’ HD현대重, 한화오션은 ‘공정경쟁’ 주장

KDDX 사업은 지난 2020년부터 한국 해군이 추진 중인 국산화 이지스 구축함 건조 프로젝트로 총 사업비는 7조8000억원에 이른다.

군함 건조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의 세 과정을 거쳐 최종 사업자를 결정한다. 통상 기본설계를 수주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시행해왔다. KDDX 사업은 한화오션이 개념설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맡아 진행했다.

기본설계를 진행한 HD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관행을 근거로 수의계약을 주장하고 있다. 효율적인 연구개발이나 전력화 시기 충족을 위해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KDDX는 기본설계에만 36개월이 소요될 만큼, 기술적으로 고도화된 함정”이라며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는 함정 사업의 특수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고려해,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이어서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국가계약법, 방위사업법 모두 경쟁계약을 원칙으로 하는 만큼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 역시 “수의계약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법과 원칙에 따르라”는 성명을 내고 경쟁입찰에 힘을 실었다.

한화오션이 경쟁입찰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유죄 사건이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 도면을 비롯해 장보고-Ⅲ 잠수함 등 군사기밀 10여 건을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과 관련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지난해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기밀 탈취에 임원 개입 여부를 놓고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방위사업청은 기밀 탈취에 임원 개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현대중공업의 사업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하기로 지난 2월 결정했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군사기밀 유출 유죄 판결에 따라 2025년까지 방위사업 입찰에서 1.8점의 보안사고 감점을 적용받게 됐다.

방위사업 입찰은 통상 소수점 이하의 점수차로 사업자 선정이 갈린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경쟁입찰로 진행될 경우 한화오션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설계 입찰 당시에도 양 사간 점수차는 0.0056점에 불과했다.

한화오션 측은 “한화는 종전부터 일관되게 공정경쟁 차원에서 경쟁입찰을 희망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논란이 불거지자 방사청은 아직 구체적인 사업추진 방안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해명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 또는 8월 초쯤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KDDX 사업자 선정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업계에서는 임원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결과에 따라 계약 방식이 결정될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은 국내 방산 산업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사업 수주를 위해 얼마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가 됐다. 

한화그룹 본사사옥(왼쪽)과 HD현대 글로벌R&D센터 [사진제공=한화그룹/HD현대/뉴시스]
한화그룹 본사사옥(왼쪽)과 HD현대 글로벌R&D센터 [사진제공=한화그룹/HD현대/뉴시스]

미국 MRO시장에서도 붙은 한화오션·HD현대重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힘겨루기는 해외 시장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 한화오션은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조선소 인수에 나섰고 HD현대중공업 역시 국내 최초 미국 함정 MRO 사업참여 자격을 획득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달 20일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 지분 전체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1억 달러, 한화 약 1380억원으로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6대 4 비율로 지분을 나눠 갖게 된다.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에 공을 들인 이유는 필리조선소가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상선 건조 외에도 미 해군 수송함의 MRO 사업을 영위해왔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방산시장으로 불리는 미국 시장에서 함정 MRO 시장의 규모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더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는 2024년 현재 함정 MRO 시장규모를 577억6000만달러, 한화 약 80조원 규모로 계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업계에선 미 함선 MRO 시장 규모를 약 2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장기적으로 미국, 캐나다 등 북미 함정 건조는 물론, 유지‧보수까지 도맡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인수가 주목받았던 또 다른 이유는 이곳이 HD현대중공업과 설계 및 자재 공급 협력을 이어왔던 곳이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역시 필리조선소를 통해 미국 함정 사업 진출을 꾀했던 만큼 경쟁사의 인수는 뼈아플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HD현대중공업 역시 미국 군 당국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번 협약으로 HD현대중공업은 향후 5년간 미국 해상 수송사령부 소속의 지원함 뿐 아니라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전투함에 대한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하게 됐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필리핀 함정 MRO 시장에서 실적을 내고 있으며 향후 아시아, 남미 등에서 시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산업연구원 장원준 연구위원은 “미국 국방정책의 큰 줄기 중 하나가 인도·태평양에서 동맹국들과 함정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이라며 “2020년 이후 운용 함정 수에서 중국이 미국을 넘어섰고 이러한 추세가 심화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한미동맹국이자 함정 건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역량을 갖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 대한 미국과의 협력은 당연한 것”이라며 “한미간 협력은 MRO를 시작으로 미국 함정 양산 능력 제고 차원까지도 고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데이신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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