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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져도 탈” 골다공증 치료의 딜레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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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져도 탈” 골다공증 치료의 딜레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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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밀도가 많이 올랐습니다. 관리를 잘하셨네요.”

김모씨(여·66)는 골다공증 관리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유제품 섭취가 도움이 된다는 말에 좋아하던 믹스커피 대신 우유를 두 잔씩 챙겨마셨다. 체중부하운동이 좋다는 조언에 매일 30분씩 한강변을 걸었고 팔 윗부분, 배, 허벅지처럼 살이 많은 부위의 피부 아래에 직접 찌르는 주사제도 처방 받았다. 골밀도가 올랐으니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을 받은 셈인데 김씨는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주치의가 이유를 물으니 “골밀도가 오르면 건강보험이 되지 않아 치료비가 비싸진다고 들었다”며 “약을 끊어도 되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약을 끊었다가 상태가 악화되는 바람에 골절을 경험한 지인의 사례를 전해 들은 김씨가 지레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 뼈 속에 구멍이 숭숭…심하면 재채기하다가 ‘뚝’

‘골다공’은 말 그대로 뼛 속에 구멍이 많이 생긴다는 의미다. 뼈의 강도가 약해져 쉽게 부러지는 질환을 골다공증이라고 부른다. 골량(뼈의 양)은 35세 전후부터 10년마다 약 3%씩 감소하다 50세 전후부터 급격히 줄어든다. 대한골대사학회가 발간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50세 이상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22.4%, 골감소증 유병률은 47.9%였다. 국내 50세 이상 성인 5명 중 1명이 골다공증, 2명 중 1명이 골감소증 환자라는 얘기다.

“너무 좋아져도 탈” 골다공증 치료의 딜레마, 사라졌다
사진 설명

골다공증이 심하면 재채기를 할 때 복부에 가해지는 압력 만으로도 척추가 눌려 통증이 생기거나 척추 압박 골절이 발생한다.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를 위해 초등학생 손자의 하교를 챙겨주던 김씨는 작년 이맘때 학원 통학버스를 놓칠까봐 서두르다 넘어져 골반뼈가 부러졌다. 당시 주치의는 “골밀도점수(T-스코어)가 -3.0으로 매우 낮다”며 “언제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다행히 수술을 면한 김씨는 뼈가 붙을 때까지 꼼짝 없이 누워있느라 곤욕을 치렀다.

◇ 폐경하면 골다공증 위험 껑충…한번 부러지면 재골절 위험도 뛰어

세계보건기구(WHO)는 인종과 성별이 같은 젊은 성인의 평균 골밀도 수치와의 차이(표준편차)를 수치화한 ‘T-스코어’로 골다공증 진단기준을 제시한다. T-스코어가 ‘-1.0 이상’이면 정상, ‘-1.0에서 -2.5 사이’라면 골다공증 전 단계인 골감소증, ‘-2.5 이하’라면 골다공증이다. 김씨처럼 폐경을 겪고 골절 경험이 있으면서 골밀도가 매우 낮은 여성은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에 해당한다. 골다공증 치료제의 건보 적용도 T-스코어가 기준이다. 그런데 기존까지는 골밀도가 올라 T-스코어 -2.5를 넘으면 건보 적용도 끊겼다. 고혈압·당뇨의 경우 약을 먹으며 치료목표 수치를 유지하도록 건보 적용 기준이 책정됐던 것을 고려하면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치료제의 효과가 있어도 1년 동안만 건강보험이 적용돼 대다수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했다. 약물치료로 간신히 골밀도를 높여 놓은 환자가 약을 끊고 골밀도가 다시 떨어져 재골절이 발생하니 의료현장에서는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너무 좋아져도 탈” 골다공증 치료의 딜레마, 사라졌다
윤필환 평촌 서울나우병원 원장이 골다공증 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평촌 서울나우병원

이처럼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데는 새로운 기전의 골다공증 신약이 등장한 영향도 있었다. 윤필환 평촌 서울나우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과거에 주로 쓰였던 골다공증 치료제는 특정 시점 이후 골밀도 증가 효과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장기 복용 시 뼈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통나무처럼 딱딱해져 비정형 대퇴골 골절이 발생하거나 드물게 턱뼈 괴사 등의 이상반응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와 대한골대사학회도 한번 골다공증으로 진단된 환자는 치료 후 T-스코어가 -2.5보다 높아져도 임상적으로 골다공증 상태로 정의하고 골절 위험을 낮추기 위한 치료를 지속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6개월에 한번 맞는 피하주사 등장…건보적용 기간 3년으로 확대

대안으로 개발된 항체약물은 파골세포의 형성과 활성화, 생존에 필수적인 랭클(RANKL) 단백질과 결합해 뼈의 파괴를 막는다. 파골세포 자체를 파괴해 골흡수를 억제하는 기존 약물과는 완전히 기전이 다르다. 2016년 국내 도입된 ‘프롤리아(성분명 데노수맙)’는 6개월에 한번 투여하는 피하주사제다. 10년간 임상을 진행해 장기간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대한골대사학회, 대한골다공증학회 등 전문가들이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골다공증 지속 치료의 필요성을 주장한 결과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부터 골다공증 치료제의 건보 적용 기간을 3년으로 늘렸다. 추적검사에서 T-스코어가 -2.5를 초과해도 -2.0 이하라면 최대 2년간 추가로 건보 적용이 가능해졌다. 김 원장은 “기존에는 치료 경과가 좋아도 비급여로 전환되면 비용 부담이 높아지다 보니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환자들이 많았다”며 “골다공증을 방치해 골절이 발생한 이후의 사회경제적 비용까지 감안하면 환자의 고통 경감은 물론 총 의료비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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