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이 시행됐음에도 확률 오류 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다. 확률을 오기재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한 법안까지 발의되면서 게임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해당 법안을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게임사들은 과도한 규제로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확률형 아이템 징벌적 손해배상제 재발의… 게임업계 긴장↑
━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의원(국민의힘·대구북구을)은 지난 6월15일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인은 지난 21대 국회 때 발의됐으나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게임사는 확률형 아이템의 공급 확률정보를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하며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게임사의 고의에 의한 이용자 손해를 2배까지 징벌적으로 배상해야 한다. 아울러 게임사가 고의·과실이 없다는 사실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앞서 지난 3월 게임사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다수 게임사들이 잇따라 확률 조작 논란에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몇 년 동안 논의를 거쳐 나온 법안임에도 주요 게임사들이 기존 확률 오기재를 인정하고 관련 내용을 부랴부랴 수정하자 이용자들은 분노를 터뜨렸다. 현재 상위 10개 게임사 중 7곳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치를 받거나 현장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확률 정보를 틀리게 제공했음에도 유저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조차 없다는 지적이 일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힘을 얻고 있다. 김승수 의원은 “확률 미표시나 거짓 표시와 관련된 게임이용자들의 손해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는 근거조항이 없고 민법 등에 따라 게임이용자가 손해배상을 받으려 해도 입증 어려움이 존재해 권리 구제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확률형 아이템 관련 일부 게임사의 기망행위와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게임이용자의 피해발생 등 분쟁이 끊이지 않아 왔다”며 “이번 개정안은 게임사의 기망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입증책임을 게임사에 두도록 함으로써 게임이용자 권리구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징벌적 손해배상 게임법 개정안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
이용자 구제 필요하지만 국내 게임사만 규제될 것
━
게임업계는 과도한 규제로 산업 진흥이 뒷걸음질 칠 수 있다며 고민이 깊다. 해당 법안이 입법되면 고의성을 입증하는 절차와 기준이 모호해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 권익은 보호받아야 마땅하지만 해외 게임사에겐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역차별에 시달릴 수 있고 소규모 게임사들은 손해배상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해외 게임사들은 확률 조작으로 서비스를 중단해도 이용자들을 구제할 방법인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 장벽만 높인다면 국내 게임사의 경쟁력만 갉아먹게 되는 원인이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중국이나 일본 등 글로벌 게임사들은 국내 업체를 대리인으로 지정하거나 직접 법인을 세워 국내 시장에 진출해 확률 조작 논란으로부터 유유히 빠져나갔다. 해외 서버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영위하면 사실상 무법지대다.
강유정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지난달 3일 ‘해외게임사 국내대리인 지정제도’를 담은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해외 게임사가 국내 시장에 게임을 서비스할 경우 의무적으로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고 등급 분류와 확률정보 표시 의무 등을 준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해외게임사 국내대리인 지정제도’를 22대 국회 문체위 제1안건으로 상정할 방침이다. 해당 제도는 국회에서도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사안인 만큼 법안 통과가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해외 게임사들과 국내 게임사들 간 역차별을 방지할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며 “한국 게임사들도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규제만 강화하면 국내 산업 기반만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