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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기 계좌에 10년짜리 채권 담았다… 하나證 랩·신탁 제재, 예상보다 센 이유

조선비즈 조회수  

국내 증권사 9곳이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을 운용하면서 불법 거래한 사실이 무더기로 적발된 가운데, 하나증권의 징계 수위가 당초 알려진 수준보다 무거운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엔 일부 영업정지 3개월로 가닥이 잡혔으나 6개월로 늘어났다.

금융당국이 하나증권의 불건전 영업 행위가 함께 징계에 오른 KB증권보다 심한 사실을 확인하고 조정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랩·신탁 제재 첫 사례가 나온 만큼 이를 기준으로 다른 증권사의 제재 수위도 정해질 전망이다.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 사옥. /하나증권 제공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 사옥. /하나증권 제공

12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는 지난달 27일 회의를 열어 랩·신탁 불법 자전거래(돌려막기) 관행과 관련해 하나증권과 KB증권의 제재 조치안을 의결했다. 당초 알려진 기관 제재 내용은 금융당국이 두 증권사의 일부 영업정지 기간을 3개월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하나증권에 대해선 영업정지 처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

기관 제재는 기관주의-기관경고-시정명령-영업정지-등록·인가 취소 등 5단계로 이뤄진다. 기관주의만 경징계고,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하나증권과 KB증권 모두 중징계를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하나증권은 더 센 철퇴를 맞았다는 의미다.

랩·신탁은 증권사가 일대일 계약을 통해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상품이다. 여러 고객 자산을 같은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와 달리 랩·신탁은 고객의 투자 목적과 자금 수요에 따라 개별 운용하는 구조다. 만기는 통상 3~6개월로 길지 않다. 법인 고객이 단기자금을 굴릴 때 종종 랩·신탁을 찾는 이유다.

하나증권은 랩·신탁에 만기 10년 채권과 같은 장기 상품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을 사고팔아 이익을 얻고 3~6개월 후 고객에게 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랩·신탁에 그보다 만기가 20배 이상 긴 채권을 편입한 것이다. 이런 ‘만기 미스매칭’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통상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수익률도 높기 때문에 많은 증권사가 이익 극대화를 위해 랩·신탁을 굴릴 때 이 전략을 쓴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 악화했을 때다. 이번 돌려막기 논란의 출발도 2022년 하반기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든 레고랜드발(發) 채무 불이행 사태였다. 당시 강원도가 약속했던 지급 보증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국내 채권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채권을 시장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 되자 만기 미스매칭 운용 방식의 부작용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랩·신탁 계좌 안에 담긴 채권이 팔리지 않아 계좌 만기에도 고객에게 자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된 증권사들은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고자 돌려막기를 통해 고객 계좌 간 손익을 이전하기 시작했다. 돌려막기는 계좌 만기를 먼저 맞이한 고객의 채권을 다른 고객 계좌에서 비싸게 사는 식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서울 본원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서울 본원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금감원에 따르면 A증권사는 한 고객의 만기가 도래하자 이 고객 계좌에 담긴 기업어음(CP)을 B증권사에 시가보다 1억2000만원 높게 매도했다. 이후 B증권이 가진 CP를 타 고객 계좌에서 1억2000만원 비싸게 되샀다. 다른 증권사까지 동원해 자사 고객의 CP를 돌린 것이다.

이번 검사에서 금융당국은 돌려막기뿐 아니라 랩·신탁 관련 각종 업무 처리 규정 위반,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미흡 등도 적발했다. 하나증권 징계 수위가 3개월에서 두 배 늘어난 사유가 이 중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시장에선 만기 10년짜리 채권까지 담은 하나증권의 지나친 미스매칭 전략이 발목을 잡았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증권과 같은 날 제재심에 오른 KB증권은 일부 영업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는데, 이 회사 랩·신탁에 담긴 채권 만기는 하나증권보다 짧았다.

아직 제재심에 오르지 않은 나머지 증권사들은 잔뜩 긴장한 채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이 검사한 NH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에서도 크고 작은 비위가 발견된 탓이다.

아직 제재심에 오르지 않은 회사 중에는 더 심각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사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자금을 동원해 고객의 채권을 비싼 가격에 샀다. 금융투자업자는 원칙적으로 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사후에 제공해선 안 되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금감원은 다른 증권사에 대해서도 차례로 제재심을 열 계획이다. 최종 징계 수위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확정된다. 하나증권과 KB증권에서 행위마다 제재 기준이 결정된 만큼 나머지 7개 증권사의 제재심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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