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은 주식보다 손실 위험이 큰 가상자산에 소득세까지 부과할 경우 투자자들이 떠나고 시장은 붕괴될 것이라며, 과세 시기를 늦추거나 공제 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세금이 부과된다. 가상자산 소득세는 기본 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20%의 세율이 적용되고, 여기에 2%의 지방소득세가 추가된다.
만약 비트코인 투자를 통해 1억원의 이익을 얻었다면 기본 공제 후 22%에 해당하는 2145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2021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국회에서 두 차례에 걸쳐 유예하기로 합의돼 내년으로 시행 시기가 늦춰졌다.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등 거래소들은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시작되면 국내 코인 거래량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주식과 채권, 펀드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경우 5000만원 이상의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데, 가상자산은 공제액이 250만원에 불과해 사실상 모든 투자자들이 납세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반기 들어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점도 거래소들이 과세 유예나 공제 확대를 원하는 이유로 꼽힌다.
올해 초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달아올랐던 가상자산 시장은 최근 투자 열기가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3월 1억원을 돌파했지만, 전날 8200만원으로 하락한 상태다. 게다가 오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금융 당국이 현재 거래 중인 코인들의 상장 적정성 여부를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코인 시장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가상자산 일일 거래량은 지난 3월 20조원대에 달했지만, 현재는 당시의 10% 수준인 2조원대로 급감했다. 가뜩이나 투자 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내년부터 소득세까지 부과될 경우 대다수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날 것이라는 게 거래소들의 주장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은 주식보다 손실 가능성이 큰 고위험 자산에 속하는데 여기에 22%의 세금까지 내야 한다면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면서 “세율을 조정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과세 시행 시기를 늦추거나 공제액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세 부과가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내년에는 상당수 거래소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코인 투자자들의 표심(票心)을 잡기 위해 가상자산 소득 과세에 손을 대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과세 시행 시기를 다시 한번 유예하겠다고 약속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금투세 유예 여부가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반면, 가상자산 소득 과세에 대한 관심은 총선 이후 한풀 꺾인 분위기다.
금투세 역시 내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지만, 정치권에서는 과세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일관되게 금투세 폐지를 주장해 왔고, 민주당도 시행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10일 “주식 시장이 조금 반등했다고 세금을 내라 하면 투자자들이 억울해할 것”이라며 “시행 시기에 대한 문제를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만약 민주당이 금투세 유예를 당론으로 확정할 경우 오는 9월 열리는 정기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가상자산업계는 정기 국회가 시작되면 금투세와 함께 가상자산 소득 과세도 시행 시기를 늦추거나, 공제액을 확대하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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