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 증가 가운데 디딤돌·버팀목만 20조
스트레스 DSR 2단계 연기도 대출 ‘부채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올해 상반기에만 26조원 넘게 불어나며 최근 3년 중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80% 가까이가 디딤돌과 버팀목 등 정책금융 상품이 차지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권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반대편으로는 주택 매매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정책들을 집행하면서 모순된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6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주담대는 6조3000억원 증가하며, 상반기에만 26조6000억원 가량 늘었다.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은행 주담대가 폭증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도 같은 기간 20조5000억원 증가했다. 역시 3년 만의 최대폭이다.
주담대 증가세가 가팔라진 것은 부동산 시장 반등 조짐에 주택거래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금융 상품을 중심으로 주담대가 크게 확대됐다. 특히 은행 재원의 디딤돌·버팀목대출 주담대 오름세를 견인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은행 재원의 디딤돌-버팀목 대출 증가액은 20조8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늘어난 은행 주담대의 78.8%를 차지했다. 디딤돌버팀목은 1월(3조9000억원) 이후 증가폭이 주춤했으나, 4월 저점(2조8000억원)을 찍고 다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체적 수치는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월 3조 이상씩 늘고 있다”고 밝혔다.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무주택 서민을 대상으로 각각 주택 구입 자금과 전세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 모기지 상품이다. 연소득 6000만원(디딤돌 기준)의 소득 조건을 만족하면 1~2%의 저금리로 자금을 내어주는데, 정부가 지난해 디딤돌과 버팀목대출의 연소득 요건을 완화하면서 증가세를 부채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재원(주택도시기금)을 통한 정책대출이 기금 소진에 따라 은행 재원으로 이뤄지면서, 수치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1월말부터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자금 공급이 지속된 것도 대출 증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5개월만에 6조원 가량 몰렸는데, 하반기에는 해당 대출의 신청 소득 기준이 대폭 완화된다. 국토교통부는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기준을 3분기부터 부부 합산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상충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되려 금융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시장 위축을 고려해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실행을 2개월 연기한 것도 주택 구매 심리를 자극했다고 보고 있다. 당국은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으로 금리인상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정책금융은 물론 민간에서도 수익을 내기 위해 주택금융 대출을 내어주며 가계신용이 줄었음에도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주택금융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은 맞지만, 대안으로 내놓은 스트레스 DSR 시행이 늦춰지면서 오히려 대출을 빨리 받고자 하는 가수요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직접 대출 대신 신용보강 등 차주의 신용등급을 높여줘서 민간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주택금융은 스트레스 DSR 시행을 통해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고금리에 고통받는 차주들을 감안해 가계신용은 규제를 완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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