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자 보험사들이 여행자보험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린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맞아 여행자보험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한항공 등 국적사 10곳의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은 4756만여명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상반기(4704만명) 기록을 뛰어넘었다.
여행 수요가 늘자 보험사들도 여행자보험 할인 및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여행자보험은 소액단기보험으로 보험료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타 상품 대비 손해율이 낮아 보험사 수익에 도움이 된다. 다양한 연령대의 신규 고객 확보 차원에서도 이점이 커 여러 보험사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자 수는 2019년의 79.1% 수준에 그쳤지만, 해외여행자보험 원수보험료는 108.7%로 오히려 늘었다. 여행자보험에 대한 가입자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다. 카카오페이손보는 가입자가 사고 없이 귀국하면 보험료의 10%를 돌려주는 ‘안전 귀국 환급금’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를 통해 올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가입이 손쉽고 상품이 직관적이어서 시장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해 6월 해외여행자보험을 출시한 후 지난달 말까지 13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집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여행취소보험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여행취소보험은 여행을 취소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보장하며 기상악화 등 불가피한 상황은 물론 단순 변심에 따른 여행 취소 수수료도 보장한다. 인터파크트리플과 제휴를 통해 출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무사고 귀국 환급금이 인기를 끌자, 비슷한 구조의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캐롯손해보험은 업계 최초로 ‘얼리버드 할인’을 도입했다. 출국 날짜를 기준으로 7일 이전에 미리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 3%를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함께 가입하는 인원수에 따라 최대 20%까지 보험료가 할인된다.
삼성화재도 지난 4월 다이렉트 채널을 통해 해외여행보험에 동반 가입할 경우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혜택을 신설했다. 캐롯손보와 마찬가지로 최대 20%의 할인을 제공한다. 아울러 삼성화재는 여행 기간 비어있는 집에 강도나 절도로 발생한 위험을 보장하는 ‘여행 중 자택 도난손해 특약’등을 제공하면서 차별화에 나섰다.
메리츠화재는 여행사, 항공사 등을 통해 보험을 가입한 이들의 편의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그간 여행사, 항공사 등 제휴사를 통해 해외여행보험을 가입하면 보험금 청구가 원활하지 않고 보험사 앱에서는 제휴사에서 가입한 보험이 조회되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았는데, 이를 협약을 통해 해결한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제휴사와 오픈 API 협약을 통해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오픈 API는 다양한 데이터와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전산 시스템을 연결해 소비자 불편이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여행 중 사고 발생 시 카카오톡 디지털 자산 지갑 ‘클립’을 통해 언제든지 보험증서를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다. 보안을 위해 대체불가토큰(NFT) 형태로 실제 보험증서를 제공한다. 또 긴급 상황 발생 시 24시간 한국어 지원 서비스도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마련했다.
하나손해보험은 ‘해외여행 중 여권 도난·분실 추가체류비용(3일 한도) 특약’을 판매 중이다. 해당 특약은 해외여행 도중 여권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해 출국이 지연된 경우 현지에서의 추가 체류비용을 3일 한도로 실손 보장한다.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재외공관에 여권 분실신고를 하고 여행증명서나 긴급 여권을 발급받으면 된다.
향후 여가・레저 활동 증대 등으로 여행자보험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관련 상품 판매를 두고 보험사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여행자보험 등 소액단기보험은 장기보험 대비 상대적으로 가입 부담이 적어 수요가 늘고 있다”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때마다 필요한 보장을 가입하려는 니즈는 앞으로도 꾸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