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대형 기술주 집중 현상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가에선 메가 트렌드인 AI 열풍과 이에 따른 반도체 관련주 수혜는 계속되지만 이러한 흐름과 동시에 새롭게 나타날 실적 확대 업종을 찾아 투자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종가 기준 전체 코스피 시총 중 30%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차지한다. 연초 27%에서 3%포인트 늘었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기회를 선점한 SK하이닉스가 먼저 급상승했고, 기업용 메모리 시장 점유율이 큰 삼성전자의 강세가 6월부터 시작돼 이달 초 2분기 실적 서프라이즈로 거세진 결과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6월 외국인 증권 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 주식을 22조9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그중 51%에 이르는 11조8000억원이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 순매수 금액이었다.
미국 증시에선 엔비디아 쏠림이 줄었다. 상반기 엔비디아 등 소수 반도체 기업에 집중된 투자자 관심이 M7의 대형주로 분산됐다. 엔비디아 주가는 연초 대비 급상승해 6월 18일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세계 시총 1위에 올랐지만 하반기 들어 M7 내 나머지 대형주가 강세를 나타내며 다시 애플과 MS가 시총 1·2위를 다투고 있다.
대형 기술주 집중 현상도 완화됐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지시간 10일) 미국 증시는 주요 지수 모두 1%대 상승을 기록했다”며 “S&P500 구성 기업 80%가 상승에 동참했다”고 언급했다.
하반기에는 나머지 상장기업 이익률이 M7을 앞서 전체 시장이 균형을 찾아갈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은 “하반기에 M7 외 기업이 더 강한 실적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며 “1분기 이익 증감률은 M7이 +52.3%, 나머지 기업이 -1.0%로 격차가 컸으나 4분기가 되면 M7이 +12.3%, 나머지가 +13.1%로 역전되고 주가 흐름도 이에 상응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증권가는 국내에서도 새로운 이익 모멘텀 업종과 종목이 관심을 얻고 반도체 쏠림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는 수출 실적 흐름이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되고, 전반적인 수출 회복이 내수 업종 실적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대미 수출 개선에 따른 온기가 산업재, 의료기기, 농산가공품 등 여타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하반기 코스피 순이익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내년 200조원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안타증권은 “하반기 환율과 금리 안정으로 기업의 실적 개선이 수출주에서 내수주로 선순환할 수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은행, 항공, 화장품, 호텔·레저 업종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하이투자증권도 “하반기 반도체 수출 기저효과는 감소하는 가운데 타 업종의 수출 회복 가능성, 내수 소비 반등 가능성에 주목하라”며 “재화소비 회복이 확인되면 IT 하드웨어, 가전 등으로 수혜 업종이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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