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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했던 고려대의대 교수들이 하루 전 ‘진료 재조정’으로 입장을 바꿨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대안암병원·고대구로병원·고대안산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고려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막판 내부 논의 끝에 중증 및 응급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진료 재조정을 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비대위는 12일부터 응급 및 중증 환자를 제외하고 무기한 자율 휴진에 들어간다고 예고했었다. 휴진이란 표현을 철회하고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 일정을 축소하는 형태로 선회하면서 투쟁 강도를 낮춘 것이다.
가장 먼저 무기한 휴진을 선언했던 서울대병원의 선례만 보더라도 기한 없이 전면 휴진을 이어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데다 휴진에 관한 부정적인 여론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환자들에게 피해를 줘선 안된다는 우려가 컸다.
전공의 공백이 5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남아있는 교수들의 피로도가 누적되다 보니 환자들의 진료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으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이면서 교수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병원 교수들은 12일부터 자율적으로 중증 환자 진료에 보다 집중하는 방식의 진료 재조정을 진행하게 된다. 중증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를 제외한 경증 환자의 경우 1, 2차 병원으로 회송하는 형태다.
서울대병원이 일주일 만에 휴진 선언을 철회했고 서울아산병원에 이어 고대병원 교수들도 휴진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피하게 됐다. 세브란스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의대 교수 비대위 정도만 무기한 휴진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연세대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7일부터 자율적으로 무기한 휴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참여율이 높지 않아 현장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공의 복귀율이 10%에도 미치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의료공백 가속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국립암센터 전문의 비대위는 지난 9일 신규 환자 진료를 제한한다고 선언했다. 기존 암 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안타깝지만 신규 환자의 진료를 제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으로 촉발한 의료공백이 5개월째 지속되는 동안 전문의들은 주 70시간 이상 근무하고 월 6회 이상 당직 근무를 수행해왔다”며 “개별적인 외래 진료 조정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체력적 번아웃으로 인해 전문의들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어 더는 암 환자에 대한 질 높은 진료 유지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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