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000100)이 기술 도입을 통한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10년간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적이었지만 지난해 김열홍(사진) R&D 총괄 사장 부임 이후 비만·당뇨부터 전립선 등 항암 치료제까지 파이프라인 다각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최근 기술도입·업무협약 등을 잇따라 체결하며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에는 표적단백질분해(TPD) 치료제 개발기업 유빅스테라퓨틱스와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물질인 ‘UBX-103’ 계약을 체결했다. 김 총괄사장 부임 이후 3번째 기술도입이다. 앞서 기술도입한 2건이 알약, 캡슐 등 저분자화합물이라면 UBX-103은 TPD라는 신규 모달리티라는 점이 눈에 띈다. TPD는 질병 원인 단백질을 분해해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저분자화합물과 다르게 아예 표적 단백질을 분해해 제거한다.
지난해 5월 비만·당뇨병 치료제를 개발 중인 프로젠을 인수하고 최근에는 신약개발을 위해 R&D 협력 계약을 맺었다. 양 사는 첫 공동 개발 과제로 면역항암 이중항체를 선택했다. 프로젠은 유한양행이 ‘넥스트 렉라자’ 중 하나로 기대하는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의 원 개발사다. 첫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것도 주목된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말 고셔병 치료 신약으로 개발 중인 ‘YH35995’의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식약처에서 승인 받았다. YH35995는 2018년 GC녹십자에서 기술을 도입한 신약 물질이다. 고셔병은 유전적 돌연변이의 영향으로 특정 효소 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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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에 주력하는 유한양행의 행보는 지난해 합류한 김 총괄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사장 1인 체제에서 R&D 총괄 사장이라는 새로운 직급을 만들었다. 김 사장은 고려대 의대 종양혈액내과 교수 출신으로 암 연구와 치료 분야의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김 사장의 영입은 공채 중심의 ‘순혈주의’를 중시하던 유한양행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만큼 R&D에 힘을 줘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 사장 부임 이후 유한양행은 지분 투자에서 기술 도입으로 신약개발 전략을 바꿨다. 그동안 전략적 투자자(SI)로서 바이오벤처와 협업했다면 핵심 파이프라인을 도입해 기술을 내재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2020년 지아이이노베이션에서 알레르기 신약 ‘GI-301’을 도입한 이후 별다른 기술 도입이 없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자체 물질을 발굴해 신약 개발하는 것보다 기술 이전으로 개발하면 시장 변화에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며 “내수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는 것이 전략 변화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의 R&D 투자액은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국내 1000대 기업의 R&D 투자 결과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제약사 중 R&D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지난해 R&D 비용은 1945억 원(연결기준)이다. 전년 1732억 원 대비 12% 늘어난 것으로 매출액 대비 10.5%에 달한다. 렉라자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했던 2020년 당시 매출액 대비 R&D 비용이 13.6%였던 것을 제외하면 매년 R&D에 10% 내외를 투자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주가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장중 9만1500원까지 올랐는데 1962년 11월 상장 이후 최고가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8월 22일인 렉라자·리브레반트 병용 요법의 허가기일이 가까워지며 유한양행의 주가가 상승 중”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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