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리츠가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을 8080억원에 인수한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화리츠는 자산규모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올라 국내 5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한화빌딩 매수가격이 예상보다 높아 한화리츠가 자금을 마련하는 데 난관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유상증자를 하는 과정에서 지분율 희석을 우려한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진통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리츠는 이달 8일 장교동 한화빌딩을 8080억원에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장교동 한화빌딩은 대지 2253평, 연면적 2만2496평의 지하 4층~지상 29층 빌딩이다. 한화생명이 2011년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으로부터 4141억원에 인수한 뒤 2000억원 이상을 들여 지금의 모습으로 리모델링했다. 이번 인수가 완료되면 한화리츠는 자산규모 1조5000억원대의 대형 리츠로 성장해 SK리츠, ESR켄탈스퀘어리츠, 롯데리츠, 신한알파리츠에 이은 국내 5위 리츠로 도약하게 된다.
한화생명은 이번 매각대금을 후순위채 상환이나 지급여력비율을 높이는 데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생명의 경과조치 전 지급여력비율(킥스 K-ICS) 173.1%로 생명보험업계 평균인 208.7%에 한참 못 미친다. 이번 부동산 매각이 킥스비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에선 한화리츠가 한화빌딩 매입자금을 원활하게 마련할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화리츠는 매수대금 차입과 사채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8월 28일 납부할 계획으로, 이를 위한 주주총회를 이달 31일 진행한다. 이번 부동산 매수는 참석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전체 주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주총 특별결의사항이다.
부동산 매수를 위한 차입과 사채발행은 일종의 브리지론으로, 결국 유상증자를 통해 전체 매입자금의 절반 정도인 4000여 억원을 조달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원활한 부동산매수와 이를 위한 유상증자를 위해서는 기존 주주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리츠의 주주는 한화생명 46%, 미래에셋자산운용 17.2%, 코람코주택도시기금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8.5%, 교보생명 5.7%, 한화투자증권 1.5%, 한화자산운용 1.3%, 소액주주 20%이다. 한화그룹이 전체 지분이 약 49%를 차지하고 있지만, 주주총회 통과와 유상증자를 위해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코람코자산운용, 교보생명의 협조가 필요하다.
문제는 한화빌딩 매수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높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주변시세 등을 고려하여 7000억 초·중반을 예상했는데, 8080억원에 결정돼 고가매수라는 의견이 많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등이 대주주로 참여한 소위 ‘스폰서 리츠’는 안정적인 자금조달과 물건확보에는 유리하지만, 부동산을 사고파는 의사결정을 그룹이 하기 때문에 이해상충의 소지가 크다”며 “고가매수 논란이 늘 따라다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한화리츠가 최대주주 외의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리츠가 ‘자(子)리츠’를 만들어 한화생명이 후순위인 보통주를 인수하고, 한화리츠는 배당 등에서 우대를 받는 우선주를 인수하는 식으로 구조변경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매수의 일정부분을 대주주인 한화생명이 부담해야 한화빌딩 인수 작업이 원활하게 마무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화리츠 측은 “담보대출, 전단채 발행, 유상증자, 브리지론 등 다양한 자금조달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