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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을 전환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뒤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통화정책의 노선을 물가 안정에서 내수 살리기로 바꾸겠다는 신호로 풀이됐다. 이에 시장에선 이르면 9월 미국과 함께 나란히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한은이 역대 최장기간인 18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3.5%에 묶어두고 물가 잡기에 주력했다면, 이젠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 통화정책 완화로 전환하는 수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 준비제도(연준) 역시 “금리 인하가 너무 늦으면 경제가 위축된다”며 ‘9월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세계경제의 기준을 잡는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틀면서 한국 역시 전환의 물결에 들어서게 됐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 곳곳에서 고금리에 신음하는 소리가 커지는 상황도 통화정책 변경을 재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증가하며 ‘역대급’ 호황을 맞았는데도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좀처럼 성장의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맞물려 안전 자산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대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증권사 자산관리계좌 잔고 규모는 85조3697억원으로 연초 보다 10% 넘게 늘었다. 미국 증시는 지난 9일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발언이 나오자 S&P500과 나스닥이 최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연준이 9월 첫 인하를 시작해 연내 두 번 기준금리를 낮추고 한은은 10월 한 차례 내릴 것”이라며 “물가에 대응한 목적인만큼 두 나라 모두 제한적 수준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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