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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중단 사태를 겪었던 서울 재개발 사업지들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공사 재개·관련 인허가 재추진 등 사업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곳이 적지 않다. 집값이 들썩이고 청약 열기도 뜨거워지는 등 시장 회복 분위기에 개발 의지를 불태우는 조합·건설사(시공사)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세운5구역 재개발 사업 재개 가능성이 커졌다. GS건설은 최근 태영건설로부터 이곳 사업 지분과 시공권을 넘겨받았다. 태영건설은 세운5구역 재개발 사업시행자인 세운5구역피에프브이(PFV)의 주주 중 하나였다. 16.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재무 악화를 이유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절차를 신청하면서 재개발 사업도 멈춰섰다. 올해 5월 워크아웃이 본격 개시됨에 따라 태영건설은 이 사업을 대신 맡아줄 건설사를 구했고, GS건설이 손을 내밀면서 사업은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세운5구역은 서울 중심부 내 재개발 사업지인 데다 부동산 시장 회복세로 수익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GS건설이 지분을 인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 사업은 산림동 일원에 최고 37층짜리 대형 프라임 오피스 빌딩을 비롯해 △근린생활시설 △생활형숙박시설 △도시형생활주택 △개방형 녹지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서울 강북권 최대 재개발 사업지인 은평구 대조1구역도 사업 정상화에 여념이 없다. 이곳은 올해 1월 1일부로 공사가 중단됐지만, 6개월 만인 지난달 다시 공사장 문을 열었다.
현대건설이 2022년 10월 착공 때만 해도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조합장 및 임원 전원 직무 집행 정지 처분이란 암초를 만나면서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1년 넘게 이어진 집행부 공석에 조합의 공사 미납금 규모가 1800억원까지 늘자 올해 초 현대건설은 공사 중단을 선언했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현대건설)가 공사 재개 조건으로 내건 새 집행부 구성을 마무리하면서 사업 중단 장기화를 막을 수 있었다”며 “공사 재개를 계기로 현대건설과 후속 공사비 협상 등도 원만히 해결해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용산구에서도 재개발 재추진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강변 알짜 입지로 꼽히는 한남뉴타운 내 한남1구역은 2003년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2017년 한남뉴타운 5개 구역 중 유일하게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한남1구역 재개발추진준비위원회는 연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선정을 목표로 재개발을 다시 추진 중이다. 현재 상가 소유주를 비롯한 주민 동의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남1구역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 가깝고 상권이 활성화된 이태원세계음식거리 등과 맞닿아 있는 입지적 장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공사비 급등 등으로 재개발 조합원의 분담금 규모가 커질 수 있지만, 서울 집값 상승과 청약 열기에다 신축 아파트 단지에 대한 수요도 확대되고 있어 재개발을 재추진하는 곳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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