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금호석유화학) 주가가 1년 만의 최고가를 찍으면서 11일 장 중 한때 롯데케미칼 시가총액을 앞질렀다. 30년 만에 처음이다.
금호석유 주식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6.82%(1만500원) 상승한 16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후 1시 9분쯤엔 16만5400원까지 뛰면서 1년 내 최고가를 찍었다.
이때 금호석유의 시가총액은 4조5522억원으로, 같은 시각 롯데케미칼 시가총액(4조5385억원)을 넘어섰다. 다만 종가 기준으론 롯데케미칼을 넘어서지 못했다. 롯데케미칼이 전날보다 1.32%(1400원) 오른 10만74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종가 기준 시가총액으로는 금호석유를 420억원가량 다시 앞섰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1994년 5월 이후 30년 동안 금호석유보다 시가총액이 컸다. 두 회사 간 격차는 2018년 13조원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금호석유가 2020년부터 영업이익 규모 면에서 롯데케미칼을 제치면서 시가총액 차이는 지속해서 좁혀졌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금호석유 주가가 올해 들어 23.8%가량 오르긴 했지만, 롯데케미칼이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향이 더 크다. 롯데케미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은 지난해 0.42배에서 이날 기준 0.29배로 밀렸다.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보다 주가가 70%가량 낮게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업황이 두 회사의 차이를 좁힌 원인으로 꼽힌다. 석유화학 업종이 전반적으로 부침을 겪어 왔지만, 기초 소재를 생산하는 ‘업스트림’과 합성 소재를 만드는 ‘다운스트림’ 사이에 온도 차가 있다.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운영하는 롯데케미칼은 업스트림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제품인 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것)가 2년 가까이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다. 금호석유는 다운스트림 중심이다. 금호석유의 주력 제품인 합성고무 시황은 올해 들어 개선 흐름을 탔다. 전방 산업인 타이어 수요가 회복됐고, 합성고무의 대체제인 천연고무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하반기에 롯데케미칼이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여전히 영업이익 규모 면에서 금호석유가 앞설 것으로 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금호석유가 2000억원, 롯데케미칼이 1360억원이다.
재무구조도 금호석유가 상대적으로 탄탄하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금호석유의 순차입금비율(순차입금 ÷ 총자본)은 2.1%이나, 롯데케미칼은 31.2%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증설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차입금 부담이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기초 소재 중심의 사업 구조를 조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돈이 안 되는 자산을 정리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잉여현금흐름(FCF) 4조9000억원가량 개선하기로 했다. 계획이 성공하면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 규모는 2025년 말 기존 예상치 10조6000억원에서 5조7000억원까지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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